다정하고 따뜻한 용문시장의 상인이 되었다.
빽빽한 아파트, 도심 속에서 살아온 나에게 시장이라는 존재는 사실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장에 갔던 날은 일 년에 몇 번 엄마와 명절 음식을 사러 갔던 것이 전부였다. 그랬던 내가 어른이 된 지금, 시장 안 골목의 작은 가게 사장님이 되었다.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는 내가 시장에서 상인 분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비고미 베이커리는 시장 안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오픈했던 첫날, 커피와 빵을 들고 가게 근처 상인 분들에게 인사를 드렸더니 젊은 청년들이 용문시장에 와 가게를 하는 것이 기특하다고 예쁘게 봐주셨다. 그 뒤로도 골목을 지나다니시는 상인분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밝은 얼굴로 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근황 이야기를 나누는 친한 이웃이 되었다.
시장 안에 위치해 있어 가장 큰 장점은 매일 아침 신선한 재료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비고미 베이커리의 메뉴 중에는 단호박 머핀과 제철과일 타르트, 블루베리 케이크 등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올라가는 메뉴가 있는데, 가게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매일 아침마다 용문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 이 과일은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어떤 맛인지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키오스크로 가득한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정함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이 참 좋다. 시장은 조용한 새벽부터 손님들을 맞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왁자지껄한 길을 걸어오며 우리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활기와 용기를 얻곤 한다.
시장은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해오신 전문가 분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가게 맞은편에는 간판 가게가 있는데, 비고미 베이커리의 예쁜 간판은 바로 앞 간판가게에서 제작해주신 작품이다. 가끔 급하게 인쇄물이 필요한 날이면 바로 앞 간판가게로 달려가면 튼튼하고 품질 좋은 종이에 뽑아주시곤 한다.
화장실의 전등이 갑자기 고장 난 날이면 바로 옆 철물점으로 달려가 "사장님! 저희 화장실 좀 봐주실 수 있나요?"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뚝딱뚝딱 금방 해결해주시는 전문가 분들이 우리 가게의 이웃으로 계셔서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다.
밥은 먹었는지, 가게에 별 일은 없는지 오며 가며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바로 옆 떡집에서는 방금 가래떡이 나왔다며 기다란 가래떡을 선물해주시기도 하고, 두부 가게에서는 지금 막 나온 따뜻한 두부라며 직접 만드신 양념장과 함께 가져다주시기도 한다. 겨울이 되면 고구마를 구웠다고 가져다주시고... 감사한 마음에 커피와 빵을 함께 드리면 뭘 이런 걸 가져왔냐고 말씀하시면서 맛있게 잘 먹겠다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신다. 빽빽한 빌딩으로 가득한 서울에서 사람 냄새가 가득한 이 동네에 있다는 것 자체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다.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느낄 수 없었던 다정한 마음들.
어떤 마음으로 한 자리를 지켜오셨는지, 정성이 가득한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이곳이 참 좋다.
오늘도 비고미 베이커리는 다정하고 따뜻한 이곳에서 맛있는 비건 디저트를 굽고, 커피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