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7평 작은 카페, 비고미의 이야기
망원시장에서 필요한 채소나 과일을 사러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들르는 가게가 있습니다.
사실, 시장 안에서도 판매하는 채소 과일은 비슷비슷한 편이고, 가격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유독 그 가게에만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그곳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휙휙 계산을 하고 아무 말 없이 카드를 건네주시는 곳보다는, 바쁘더라도 안녕히 가세요 - 인사해 주시고,
자주 가서 얼굴이 익은 곳은 느낌으로나마 좀 더 특별히 생각해 주시는 그런 느낌을 받고 싶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2일에 한 번 꼴로 자주 가는 곳에서는 '양파로 맛있는 거 만들려고?' 하며 한 마디씩 던져주시기도 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해 주시는데, 실제로 그날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두근거림을 갖고 가게를 나서곤 합니다. 시장의 많은 채소 가게 중 그곳은 자연스럽게 '내일 또 가고 싶은 가게'로 마음속에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공간에서 받는 에너지는 사실 그 공간을 지키는 주인장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공간 운영의 중심에는 주인장이 있고, 그 주인장의 어떤 마음가짐이나 에너지가 그대로 손님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실, 상품으로써 전달되는 커피와 디저트는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공간을 지키는 사람의 본질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페 비고미를 창업하며 '이런 가게를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가장 첫 번째는 '내일 또 오고 싶은 가게'였습니다.
언제든 찾아가면 밝게 웃어주시는 사장님이 있고, 가끔 신메뉴를 서비스로 넣어주시기도 하고, 요즘 근황은 어떤지, 특별한 일은 어떤지, 휴가는 어디로 다녀왔는지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편안한, 나만 알고 싶은 동네의 작은 가게가 되고 싶었어요.
실제로 저의 바람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내가 되고 싶은 사장님의 모습, 만들고 싶은 가게의 모습을 그려나가다 보니, 어느새 비슷한 결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손님들은 사장님 생각이 났다며 바로 앞 시장에서 사 온 제철과일을 조금씩 나눠주시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에 가끔 말없이 작은 서비스를 넣어드리기도 합니다. 새로이 시작한 일에 진심으로 축하와 응원을 보내고, 슬픈 일에는 함께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하며 손님과 요즘의 안부를 주고받는 사장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주고받은 건 커피와 디저트를 넘어선 무언가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앞서 적은 내용과도 같은 맥락이지만, 카페의 역할로서 커피와 디저트가 맛이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너머에는 분명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 무엇은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와 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진심 어린 마음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그 안에는 진심 어린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가게를 운영하며 알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