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원준비로 바쁘다. 겨울의 문턱이라 제법 쌀쌀하다.
일곱살 딸아이는 런닝을 안입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배가 따뜻해야하는데 감기라도 걸릴 까 걱정된다. 런닝을 입으면 덥다는게 아이논리다.
스쿨버스 탈 시간은 다가오는데 웃통을 벗고 구석에 웅크려 있는 아이. 꼴배기 싫어졌다.
아침마다 꼬투리를 잡아 등원준비가 늦어짐에 속터졌다.
평소에도 깨어있으려 하고 알아차림하려고 노력하는데, 한 순간에 부질없어진다.
그러면서 난 똑같은 일곱살로 변한다.
문제는 옷이 아니다. "내 말을 안들어"??엄마의 권위 문제가 되고 만다.
고집센 아이보다 더 고집을 부리며, 대결구도가 된다.
이젠 지각이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억지로 입힐까 너가 입을래 선택만 있다.
아이 머리에 옷을 억지로 넣는다. 아이는 울며 버둥거리고 온몸에 힘을 주며 버틴다.
난 입히려고 안간 힘을 쓴다.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아이를 안아 들고 현관으로 나온다. 아이는" 옷 입고 나가면 되잖아" 하며 소리 지른다.
작년. 새로 산 바지를 안입겠다해서 이런 해프닝을 벌렸던 생각이 스쳤다.
이미 엎어진 물.
속에서는 화와 연민이 동시에 휘몰아쳤다.
런닝이 뭐라고...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하지 말아야할 행동을 또...했구나...
런닝보다 아이 마음이 소중한데...
마음공부한다고 현존하려 했다. 말만 그럴사 하고 정작 내면은 상처 투성이구나...자책이 올라왔다
아이를 사랑하는데... 왜 이런 일을 벌릴까...
그래 사랑과 미움은 한통속이구나... 동전 양면 뒤집듯 쉽게 뒤집힐 수 있는 거구나.
극과 극은 통한다 한다. 어쩜 하나일 수 있겠다.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은 동전 양면과 같다. 우린 누구나 두개의 마음을 갖고 살고 있다.
사랑해서 미움이 나고, 탄생에서 죽음이 나고, 차가운 드라이 아이스는 화상을 입게하고, 얼어죽을때 마지막엔 더워서 옷을 벗는다 한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인 것이라는 것을...
오늘로 런닝 이구 뭐구 끝을 내자. 더이상 아이가 입는 옷에 관여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체로키족 추장이 손녀에게 이야기 한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두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는데 그 둘은 항상 싸운단다.
한 마리의 이름은' 악' 이며 분노, 미움, 질투, 탐욕 ,짜증 ,교만, 열등감, 거짓말, 욕심, 헛된 자존심의 늑대이고
다른 한마마리의 이름은 '선' 이며 평화, 사랑 ,감사 기쁨, 자신감, 희망, 진실, 겸손, 친절, 만족, 너그러움의 늑대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마음속 두 늑대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단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야기를 듣던 손녀가 물었다.
"둘 중 어떤 늑대가 이겨요?"
추장은 손녀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야 당연히 먹이를 더 많이 주는 쪽이 이기지"
오늘도 등원준비 시간. 목이 중간 사이즈 양말이 답답하다 한다.
여름양말을 신고 나온다.
발시려울텐데... 순간 선을 선택한다. 평화롭다.
옷이든 양말이든 아이의 결정을 존중한다.
스스로 경험해보고 느껴보며 자라길...
공존하는 두 마음은 바람에 촛불꺼지듯 순식간에 바뀐다.
촛불. 그 따뜻한 온기처럼
내안에 선함의 촛불을 켜 세밀하게 살피며 살아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