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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줌마 Dec 14. 2023

나의 불안이 심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담사도 정신과 환자일 때가 있다 - 1

일러두기: 정신과의 정식 명칭은 '정신건강의학과'이지만, 편의상 '정신과'로 작성하였다. 더불어 '소아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소아정신과'로 짧게 표현하였다.



  나는 '상담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직업인으로서 이 역할을 해내기 위해 학위(학사, 석사) 과정을 마쳤고, 관련 자격증(청소년상담사, 임상심리사)도 가지고 있다. 내 역할이 이렇다 보니 정신과에 드나들거나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일은 흔했다. 정신과 의사는 나의 고용주(혹은 직장 상사)이기도 했고, 환자에 대한 회의 시간에 함께하는 동료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과거의 정신과 의사들과의 만남은 '일로 만난 사이'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소아정신과'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이의 인지 능력이 궁금하여 관련 검사를 받고 싶어서 소아정신과에 방문했다. 내가 보호자로서 소아정신과에 방문하였을 때, 새로운 경험이라고 여겨질 만한 일은 없었다. 예약을 위해 몇 군데 병원에 전화를 돌리고, 그중에 웨이팅 기간과 이동 시간을 고려하여 가장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병원을 골랐다. 이후 초진 일정에 맞춰 아이와 함께 방문하였고, 의사와의 면담(진료) 후, 필요한 심리평가가 추려졌다. 나는 다시 병원 일정에 맞춰서(1달 후) 아이의 심리평가가 진행되도록 도왔고, 3주를 더 기다린 후에 의사로부터 아이의 상태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마다 정신과에 대한 이미지나 경험은 다를 테지만, 나에게 정신과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곳이 아니다. 요즘 정신과를 방문하는 환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정신과 예약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뉴스 기사를 접했고, 실제로 내가 아이와 소아정신과에 방문하기 위해 오랜 기다림을 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귀찮고 피곤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나에게 '정신과'는 필요에 따라가는 곳,

  하지만 어떤 의사를 만나야 할지가 고민되고, 예약이 귀찮은 곳이 되어 버렸다.




  지난 8월이었다. 문뜩 가슴이 조여오며 심장이 심하게 뛰는 것이 '내가 왜 이렇게 불안을 느끼지?'라는 생각을 하였다. 생각해 보니 그즈음의 나는 평소답지 않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일도 있었고, 해야 할 일을 빨리 해치우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과거에도 버럭 화를 내거나 우울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평소 나는 아이들을 혼내는 일이 거의 없고 아이의 말을 잘 듣고 설명해 주는 편이다 보니, 다른 엄마들이 나에게 이상한 시선을 보내곤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아이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아이한테 그렇게 이야기해요?"라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우리 집이었으면 엄청 혼냈을 거야."라며 나에게 너무 허용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렇게 평소의 나는 세상 따뜻하고 친절한 엄마이지만, 나 역시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아이에게 나의 부정적 감정이 표출될 때가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는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를 빨리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한테 버럭 소리를 질렀을지라도, '아이가 날 화나게 만들었다.'가 아니라 '내 마음이 바빠서 아이를 재촉했네.'를 알아차리고, 아이에게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고 늦게라도 사과를 한다.


  그런데 그즈음의 나는 아이들에게 버럭 화가 나는 일이 늘어났고, 바쁘게 움직이지만 일의 효율이 떨어져서 그것이 다시 스트레스가 되었다. 또 생각해 보니 요즘 들어 재미난 일도 없고, 내가 언제 즐거웠는지/행복했는지 떠오르지도 않는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2023년 8월, 아이들은 엄마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엄마가 육아휴직하면, 자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9월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조금만 더 참자. 9월이면 쉴 수 있어. 쉬면 나아질 거야.'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2023년 8월의 일상


다음 이야기: 정신과 진료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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