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수학이 너무 재미있어.
우리 집 아이들은 수학 학습이 빠른 편이 아니다. 선행은 고사하고 현행을 따라가기 급한 사정이다.
그럼에도 스스로에 대해 '학업에 쿨한 엄마'라는 생각이 드는 일이 일었다.
첫째 아이는 학교에서 '하루 한 장' 수학 학습지를 하는데,
우리 아이는 수학 문제를 푸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문제이다.
아이는 가끔씩 학교에서 다 풀지 못한 학습지를 집으로 가져오고, 시간이 되는 부모가 풀이를 도와준다.
최근에는 약수를 구하는 문제였는데, 처음에는 아빠와 풀다가 엄마(나)로 바통 터치가 되었다.
그날 풀어야 할 분량을 다 끝냈는데, 나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 못 하겠지만) 오래간만에 약수를 구하는 것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아이에게 "학습지 다 못하면 가져와. 엄마는 수학이 너무 재미있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수학 학습이 느린 것과 다르게 우리 부부는 학창 시절 수학을 열심히 했다.
인문계 문과 출신이지만, 수능 공부에서 수학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외국어 영역을 힘들어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이라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수학 공부 봐주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학교에서 어떻게 배웠는지 물으며 단계적으로 풀이하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위의 에피소드가 있었던 날 밤, 침대에 누우며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아이에게 친구들이 학습지 풀 때 안 풀고 집에 가져왔다고 핀잔을 줬다면 어땠을까.
사실 아이는 엄마가 학습지를 가져오라고 한다고 가져올 아이가 아니다.
학교에서 다 풀지 못한 학습지를 집으로 가져온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부모의 태도가 유쾌하다면 아이는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아이라고 수학 학습지를 집으로 가져오고 싶었을까.
학습지를 책가방에 넣을 때, 종이의 무게는 가벼웠지만 마음의 무게는 무거웠을 거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학 문제를 풀며, 유쾌하게 대화를 나눈 나 스스로를 칭찬해 준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무엇으로 채워지든 즐겁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