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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Apr 26. 2024

 골목길 야생화 33 괭이밥

흐리면 잎조차 닫고 해 뜨면 활짝 피어나는 꽃


괭이밥


요즘 아침 최저 기온은 11~13도로 서늘하고, 낮 최고 기온은 섭씨 26~29도덥군요. 그래도 날씨는 화창합니다.
한낮에 이렇게 화창해야 꽃잎을 활짝 펼치는 친구가 있어요. 바로 '괭이밥'입니다.

이 친구는 꽃뿐 아니라 잎도 날씨 따라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해요. 비 오기 전이나 해질 무렵에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잎은 중심선을 따라 반으로 접고요. 꽃잎을 배배 꼬아 취침 모드, 혹은 에너지 절약 모드로 들어가요.


괭이는 고양이를 말해요. 옛날엔 '괴'라고도 했어요. 고양이의 밥이라니 이상하긴 하지만,  고양이는 동물의 털과 같이 소화되지 않는 물질을 체외로 배출해야 해요. 괭이밥에는 줄기와 잎에 수산염(蓚酸鹽,oxalic acid)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요. 이게 소량만으로도 고양이에겐 부작용을 일으켜 토하게 만든답니다. 결국 고양이는 배탈이나 소화가 안 될 때  토해내려고 스스로 괭이밥을 찾아 먹는다는 거지요.


괭이밥은 정오가 지나야 잎 과 꽃잎이 완전히 펴진다. 건물 그늘에만 가려도 꽃잎을 닫을 정도로 햇빛에 민감하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속담도 있는데요. 개는 인간처럼 잡식성인 데다 인간이 먹던 음식들을 함께 먹다 보니, 채소나 풀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네요.


괭이밥은 쥐손이풀목 괭이밥과 괭이밥속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학명은 옥살리스 코르니큘라타 엘(Oxalis corniculata L.) 속명 옥살리스(Oxalis)는 그리스어로 ‘신맛’을 뜻하는 옥시스(oxys)에서 비롯되었고, 종명 코르니쿨라타(corniculata)는 라틴어로 ‘작은 뿔’의 뜻. 열매가 뿔 모양입니다.

영어명은 크리핑 소럴(Creeping sorrel).


괴싱이, 시금초, 괭이밥풀, 괴싱아, 산장초, 눈괭이밥, 덤불괭이밥, 작장초, 초장초라고도 불려요.

꽃말은 빛나는 마음, 기쁨, 엄마의 친절함.  


괭이밥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인데, 전 세계에 약 550종이 있다고 합니다.


꽃받침 5장, 꽃잎 5장, 길고 짧은 수술이 각 5개, 암술은 1개로서 암술머리가 5개로 갈라진다.

꽃은 4월부터 봉숭아 물들이는 8월을 지나 가을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1~8개의 노란색 꽃이 우산 모양의 꽃차례를 이뤄요.

꽃받침 5장, 꽃잎 5장, 길고 짧은 수술이 각 5개, 암술은 1개로서 암술머리가 5개로 갈라집니다.


잎은 마주나고 심장(하트) 모양의 작은 잎 3개가 옆으로 펼쳐져 있어요. 잎은 햇볕이 부족할 때는 접히듯 오므라듭니다.


열매는 삭과(터지는 형태의 열매)로 6 각형 원기둥 모양으로 오뚝 서는데, 다 익으면 6줄의 봉합선이 지며 수백 개의 씨가 사방으로 튀어나가죠.

이걸 보고 일본의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증기로 쏘아 올려져 이륙하는 '캐터펄트(catapult)'기술을 지녔다고 표현하고 있네요.


꽃이 지면 6각 기둥 같이 오뚝 선 열매가 맺힌다. 안의 씨앗이 다 익으면 봉합선이 터지면서 수백 개의 씨앗을 튕겨낸다.


괭이밥의 유사종으로 선괭이밥, 애기괭이밥, 큰괭이밥이 있어요. 선괭이밥은 줄기가 곧게 자라요. 애기괭이밥과 큰괭이밥은 줄기에 흰 꽃이 한 송이씩 피는데, 애기괭이밥 꽃이 조금 작아요.

자주괭이밥, 붉은괭이밥, 덩이괭이밥도 있답니다.


봉숭아 꽃으로 손톱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던 머지않은 옛날, 고운 색깔을 내기 위해 백반 가루를 첨가했는데요. 백반이 없을 때는 괭이밥 잎을 함께 찧어 넣었다지요. 백반이나 괭이밥에 있는 산 성분이 붉게 염색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래요.

놋그릇을 윤이 나게 닦을 때도 괭이밥 잎이 쓰였답니다.

이는 앞서, 해롭기는 해도 고양이가 부득이 찾아 먹는 수산(옥살산) 성분 때문이래요. 신맛이 나는 원인 물질이자, 녹을 벗겨내는 성분이지요.

수산염 외에도 구연산염, 주석산염 등의 성분이 들어있답니다.


하트 모양의 작은 잎 3개가 모여 난다. 잎과 줄기에는 수산염이 많다. 고양이가 이를 먹는 건 뱃속에 든 이물질을 토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초 말린 것을 초장초(醋醬草)라 하고 해열, 해독, 종기치료, 괴혈병, 피부병, 소화불량에 사용하고요. 무좀이나 옴, 뱀이나 벌레 물렸을 때 잎을 찧어서 바른답니다.


흔히  화분에서 키우는 '사랑초' 역시 괭이밥과에 속하는 원예종입니다.



씨앗의 비상은 식물로서는 평생 동안 단 한차례만 할 수 있는 여행이죠. 식물이 대를 이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씨앗을 만들고,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널리 퍼뜨리는 정교한 전략 때문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나무: 관목: 풀 씨앗의 평균 무게는 328 : 69 : 7mg이랍니다. 그 차이가 무려 40배가 넘지요.
씨앗 속에는 싹을 틔워 떡잎을 내고, 뿌리를 내려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필요한 모든 준비물이 들어 있습니다.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 작은 풀은 작은 풀대로, 씨앗은 각자 자신의 특성에 맞는 무게를 지녔다고 봐야지요.


이토록 영양분이 듬뿍 들어 있는 씨앗은 따라서, 벌레나 동물의 먹잇감이 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씨앗이 작은 식물들은 대량 생산을 함으로써 이런 위험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높여요. 큰 씨앗 식물은 독성을 품어 자신을 방어하기도 하고, 반대로 향기롭고 맛있는 열매를 만들어 동물의 먹이로 제공한 뒤 딱딱한 씨앗만 배설하게 하는 전략을 쓰기도 하지요.


다양한 크기와 전략을 가진 씨앗을 통해 식물에도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가 있다고 비유한 식물학자도 있어요. 들어보시죠.


포자(胞子)식물은 부모에게서 지원받은 것이 거의 없는 흙수저이고, 종자식물 중에 나자(裸子)식물은 어느 정도 지원을 받은 은수저이며, 종자식물 중에 피자(被子)식물은 종자 속에 저장된 영양분과 종자를 감싸고 있는 열매라는 자산까지 물려받은 진정한 금수저이다.

식물 진화 역사를 보면, 포자식물로부터 종자식물이 진화했다. 당연히 시간적으로도 종자식물이 더 나중에 지구에 등장했다. 약 4억년 전부터 2억5천만년 전까지는 흙수저인 포자식물이 지구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 후에 6천5백만년 전까지는 은수저인 나자식물이 가장 번성했다. 금수저인 피자식물은 그 이후 현재까지 번성하고 있다. 피자식물이 금수저이긴 하지만 모두 잘 사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종자에 들어 있는 영양물질의 양과 열매의 크기나 과육의 형성 여부 등이 아주 다양하므로 사람 세상에서의 수저계급론과 같이 아주 모호하고, 멸종하는 식물도 많다."

- 전정일, 데일리임팩트, '생각하는 식물' 발췌.


포자식물은 앞서 쇠뜨기 편에서 알아봤지요? 홀씨로 번식하는 식물.

나자식물은 소나무처럼 씨앗이 밖으로 드러나는 겉씨식물.

피자식물은 밑씨가 씨방 안에 싸여 있는 속씨식물.


■ 저 작은 괭이밥처럼, 식물들도 자신이 처한 환경이 어떻든 최선을 다해 멋진 방식으로 살아갈 궁리를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지금?이라는 질문이 절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흙수저가 자신을 비하하며 은수저 금수저를 부러워하고, 은수저가 금수저 못 된 것을 한탄하면서 흙수저를 깔보고, 금수저는 겸손을 모르고 오만방자하기만 한 우리와는 달리, 저들은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제 깜냥대로  있는 힘껏 사는 것으로 행복합니다.


남과의 비교, 자기비하, 불평불만, 미래에 대한 염려와 걱정, 부정적 감정, 소외감, 원망과 분노, 소통의 부재, 풀지 못하는 스트레스ᆢ.


행복을 방해하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완벽히 벗어난 사람은 매우 드물겠지만, 저 작은 괭이밥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잘 삽니다. 비 오면 꽃잎 닫고  해 뜨면 활짝 피면서 말이지요.

꽃말이 '빛나는 마음'인 건, '지금을 살라'는 현인들의 당부를 부지런히 실천하며 살아온 결과 얻어진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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