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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Jul 30. 2024

골목길 야생화 50 쉬어가기(3)

식물 관련 의성의태어 모음(1)


1. 식물 관련 의성어 모음


오늘로 저의 <골목길 야생화> 연재가 50회를 맞습니다.

지난 3월 11일 <매실나무 1>을 시작으로, 주 5회씩, 이후 주 2~3회, 현재 주 1회로 정착해  50회에 이르렀습니다.


우선, 여기에 오기까지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과분한 성원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지극히 개인적 취미인 데다, 학문적 배경이나 전문가적 소양과 경험이 거의 없는 아마추어로서 이 책 저 책에서 옮기고 베낀 글이 사이트 저 블로그에서 가져온 사진, 억지로 갖다 붙인 조각글들ᆢ.

되돌아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4개월 남짓 지났지만 아직도 이 글들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도움이 된다면 어떤 컨셉으로 이어가야 더 도움이 될는지, 언제까지 계속 이어나가는 게 맞는지ᆢ.

근본적인 의문들과 함께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치나 경제나 사회나 국제정세나 어느 곳 하나 편한 구석이 없는데, 혼자서 꽃타령에 취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함과 송구스러움함께였습니다.


갖가지 생각이 들기는 해도, 골목길에 피는 꽃들을 벗 삼아 지내는 즐거움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어 시작한 <골목길 야생화>가 오늘까지 계속될 수 있었던 데 대해서 만큼은 뿌듯합니다.


금꿩의다리.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인용문이나, 퍼온 사진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출처를 밝히려 노력하며 실천하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신세를 진 곳이 <들꽃사랑연구회> 밴드로, 1천 명에 육박하는 야생화 고수분들이 활동하는 동호회입니다.

작품급 사진 대부분을 이곳에서 퍼왔음을 표기했는데요. 작가 성함까지는 명기하지 못했습니다. 혹 결례가 되었다면, 지적받는 대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마련한 주제는 식물과 관련된 의성어와 의태어 중 의성어 편입니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국어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의성어(擬聲語) :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내어 만든 말. = 소리시늉말, 소리흉내말.

의태어(擬態語) : 사물의 움직임이나 모양을 흉내 내어 만든 말. = 짓시늉말


식물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이동성이 없다는 거지요?

말은 고사하고 외마디 비명조차 내지를 수 없는 게 또한 꽃과 나무들의 운명.


이런 식물들이 내는 소리, 나아가 움직임을 나타내는 의성어나 의태어가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오래전부터 품어 왔습니다.


 https://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사이트 초기화면.


국립국어원 사이트에는 51만여 단어가 수록된 <표준국어대사전>이 있습니다.

이 사전에 올릴 의성의태어 목록을 2015년 공개했는데요.

사전처럼 가나다 순으로 정리했지요.

63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어림잡아 3만 단어에 가깝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51만여 단어 중 6%가 의성의태어인 셈입니다.


문제는 3만 개에 이르는 의성의태어 가운데 식물과 관련된 단어를 분류하고 정리해 놓은 책이나 사이트는 없다는 것.

제가 과문(寡聞) 한 탓이겠지요?

혹시 있다면,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40여 년 전에 이런 책이 나와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요.

북한 말을 토대로 한 <우리말 의성의태어 분류사전>.

1982년 연변언어연구소가 편찬하, 연변인민출판사가 펴냈습니다.

<우리말 의성의태어분류사전> 표지. 1982년 발행.

머리말에는 우리말이 의성의태어가 풍부하게 발달된 언어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실제로 영어에서는 500개 정도의 의성어가 있지만, 의태어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영한(英韓) 번역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의태어라는군요.


일본어에도 의성의태어가 풍부하지만 우리말만큼 많지는 않고요. 중국어 역시 그렇답니다.


이 분류 사전에는 8천여 단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문학작품에서 발췌한 예문까지 덧붙여 놓은 게 많아요.


자, 이제부터 이 분류사전에 소개된 의성어를 소개하겠습니다.

의태어 분량이 훨씬 많아요. 이는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북한 말을 기준으로 했기에, 다소 생소한 표현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서 편안히 읽어보십시오.


까마중 꽃.

1) 마른 나뭇잎 같은 것이 쓸릴 때 나는 소리

 

바삭 : 마른 가랑잎 같은 것이 가볍게 서로 닿을 때 나는 소리. /깊은 밤의 숲 속은 ~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였다.

바삭바삭 : 바삭 바삭 잇달아 나는 소리.

바스락 : 가랑잎 같은 것을 가볍게 건드릴 때에 나는 소리. /다람쥐 한 마리가 개암나무 밑으로 ~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바스락바스락 : 바스락 바스락 잇달아 나는 소리.

버석 : 마른 검불이나 부스러기 같은 것이 가볍게 서로 닿아서 나는 소리.

버석버석 : 버석 버석 잇달아 나는 소리. /숲 속에서 누군가 나뭇잎을 ~ 건드리며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버스럭 : 마른 검불이나 부스러기 같은 것을 건드릴 때에 나는 소리. /심장이 약한 그는 어디선가 ~ 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곤 하였다.

버스럭버스럭 : 버스럭 버스럭 잇달아 나는 소리.

버썩 : 검불이나 푸석한 물질이 갑자기 서로 닿아서 나는 소리. /탈곡장의 짚더미 속에서 ~ 소리가 나더니 쥐 한 마리가 뛰쳐나왔다.

버석버썩 : 버썩 버썩 잇달아 나는 소리.

보스락 : 바스러지기 쉬운 물질을 가볍게 건드릴 때에 나는 소리.

보스락보스락 : 보스락 보스락 잇달아 나는 소리.

부스럭 : 마른 검불 같은 것을 건드릴 때에 나는 소리. /풀섶에서 ~ 소리가 나더니 꿩 한 마리가 날개를 치며 달아났다.

부스럭부스럭 : 부스럭 부스럭 잇달아 나는 소리.

빠스락 : 가랑잎 같은 것을 세게 이리저리 건드릴 때에 나는 소리.  

빠스락빠스락 : 빠스락 빠스락 잇달아 나는 소리. /앙상한 가지에 붙은 가랑잎은 나무가 흔들릴 때마다 ~ 소리를 낸다.

와삭 : 마른 가랑잎이나 얇고 빳빳한 물건이 가볍게 서로 스칠 때 나는 소리.

와삭와삭 : 와삭 와삭 잇달아 나는 소리.

와싹 : 마른 가랑잎이나 얇고 빳빳한 물건이 세게 서로 스칠 때 되게 나는 소리.

와싹와싹 : 와싹 와싹 잇달아 나는 소리.



2) 부러지거나 끊어질 때 나는 소리


자끈 : 작고 단단한 물건이 갑자기 세게 부러지는 소리. /~ 소리 가 나더니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자끈자끈 : 자끈 자끈 잇달아 나는 소리.

지끈 : 단단한 물건이 갑자기 세게 부러지는 소리. /돌이 어찌나 큰지 지레대로 쓴 실한 참나무 대도 ~ 분질러져 나갔다.

지끈지끈 : 지끈 지끈 잇달아 나는 소리. /광풍에 팔뚝 같은 나뭇가지도 ~ 부러져 나갔다.

딱 : 단단한 물건이 부러질 때에 나는 소리.

/마른 나뭇가지가 ~ 끊어졌다.

딱딱 : 딱 딱 잇달아 나는 소리./수풀 속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 꺾는소리가 들려왔다.

똑 : 작고 단단한 물건이 부러지거나 끊어질 때에 나는 소리.

똑똑 : 똑 똑 잇달아 나는 소리.

뚝 : 단단한 물건이 부러지거나 끊어질 때에 크게 나는 소리.

뚝뚝 : 뚝 뚝 잇달아 나는 소리.

쩨걱 : 단단한 물건이 부러지는 소리.

/굵은 나뭇가지가 씨름꾼인 덕봉이가 매달리니 ~  부러져나갔다.  

쩨걱쩨걱 : 쩨걱 쩨걱 달아 나는 소리.  

쩨꺽 : 단단한 물건이 세게 부러지는 소리.

쩨꺽쩨꺽 :  쩨꺽 쩨꺽 잇달아 나는 소리.  

우두둑 : 단단한 물건을 부러뜨리는 소리.

우두둑우두둑 : 우두둑 우두둑 잇달아 나는 소리. /광풍에 나뭇가지들이 ~ 부러져 나갔다.

우지직 : 질기고 단단하게 생긴 물건이 부러지는 소리. /영호는 온 힘을 다 내어 팔뚝 같은 나뭇가지를 ~ 분질렀다.  

우지직우지직 : 우지직 우지직 잇달아 나는 소리.

우지끈 : 단단한 물건이 부러지는 소리.

우지끈뚝딱 : 단단한 물건이 요란스럽게 부러지는 소리. /큰 나무가 넘어지면서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 요란스럽게 들렸다.  

우지끈우지끈 : 우지끈 우지끈 잇달아 나는 소리.

와드득 : 단단한 물건을 함부로 분지르는 소리.  

와드득와드득 : 와드득 와드득 잇달아 나는 소리. /총소리에 놀란  멧돼지는 수숫대를 ~ 분지르며  산으로 내뛰었다.  

와지끈 : 단단한 물건이 갑자기 함부로 부러지는 소리. /그가 한번 용을 쓰면 큰 나무뿌리도 ~ 소리와 함께 뽑히는 것이었다.

와지끈뚝딱 : 단단한 물건이 갑자기 함부로 요란스럽게 부러지는 소리. /난데없는 광풍에 뒤뜰의 백양나무가 ~ 부러져나간다  

와지끈와지끈 : 와지끈 와지끈 잇달아 나는 소리.  

툭 : 갑자기 가볍게 끊어지거나 부러지는 소리.

툭툭 : 툭 툭 잇달아 나는 소리.



3) 바스러질 때 나는 소리


바삭 : 마른 가랑잎 같은 것이 가볍게 바스러질 때 나는 소리. /영춘이는 등뒤에서 가랑잎을 밟는 소리가 ~ 나자 정신을 바싹 차렸다.

바삭바삭 : 바삭 바삭 잇달아 나는 소리.

바싹 : 마른 가랑잎 같은 것이 세게 바스러질 때 나는 소리.

바싹바싹 : 바싹 바싹 잇달아 나는 소리.

버석 : 부숭부숭한 물건이 쉽게 부스러질 때 나는 소리.

버석버석 : 버석 버석 잇달아 나는 소리.

버썩 : 마르고 단단한 물건이 쉽게 부스러질 때 나는 소리.

버썩버썩 : 버썩 버썩 잇달아 나는 소리.

부석부석 : 부숭부숭한 물건이 가볍게 부스러질 때 나는 소리.

와삭 : 마른 가랑잎이나 얇고 빳빳한 물건이 가볍게 부서질 때 나는 소리. /가랑잎 밟는 소리가 ~ 났다.

삭와삭 : 와삭 와삭 잇달아 나는 소리.

와싹 : 마른 가랑잎이나 얇고 빳빳한 물건이 세게 부서질 때 되게 나는 소리. /바싹 마른 콩꼬투리는 조금만 건드려도 ~ 부서지며 샛노란 콩알이 튀어나왔다.

와싹와싹 : 와싹 와싹 잇달아 나는 소리.

팍삭 : 물건이 매우 쉽게 부서지는 소리.

팍삭팍삭 : 팍삭 팍삭 잇달아 나는 소리.

퍽석 : 물건이 쉽게 부서지는 소리.

퍽석퍽석 : 퍽석 퍽석 잇달아 나는 소리.

/숲 속의 오솔길에 두툼히 깔린 낙엽은 말발굽에 밟혀 ~ 부서진다.

폭삭 : 물건이 매우 푸석하여 쉽게 부서지는 소리. /가을볕에 바싹 마른 통고추는 꽉 쥐기만 해도 ~ 부서진다.

폭삭폭삭 : 폭삭 폭삭 잇달아 나는 소리.



4) 베어질 때 나는 소리


삭삭 : 거침없이 가볍게 베어나가는 소리.

석석 : 거침없이 자꾸 베어나가는 소리.

싹싹 : 거침없이 자꾸 베어나가는 소리.

싹독 : 작고 연한 물건을 단번에 가볍게 썰거나 베는 소리.

싹독싹독 : 싹독 싹독 잇달아 나는 소리.

썩둑 : 연한 물건을 단번에 가볍게 썰거나 베는 소리.

썩둑썩둑 : 썩둑 썩둑 잇달아 나는 소리.



5) 바람에 날릴 때 나는 소리


포르르 : 작거나 얇은 물체가 가볍게 바람에 날릴 때 나는 소리. /가을바람에 나뭇잎들이 ~ 날아내린다.

푸르르 : 가벼운 물체가 바람에 날릴 때 나는 소리. /돌개바람이 일자 나뭇잎들은 ~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우수수 : 많은 가랑잎이 바람에 어수선하게 떨어져 흩어지는 소리.

와스스 : 가랑잎 같은 것이 어수선하게 떨어져 흩어지는 소리.



6) 튀거나 터지거나 갈라질 때 나는 소리


톡 : 작은 것이 갑자기 튀거나 터지는 소리.

/만지면 ~ 하고 터질 것 같은 빨간 앵두는 참 먹음직했다.

톡톡 : 톡 톡 잇달아 나는 소리.

툭 : 갑자기 튀거나 터지는 소리.

툭툭 : 툭 툭 잇달아 나는 소리.

호드득 : 콩, 깨 같은 것을 볶을 때 작게 튀는 소리.

호드득호드득 : 호드득 호드득 잇달아 나는 소리.

후드득 : 콩, 깨 같은 것을 볶을 때 크게 튀는 소리.

후드득후드득 : 후드득 후드득 잇달아 나는 소리.

짝 : 대번에 세게 짜개지거나 틈이 벌어지는 소리. /큰 도끼로 내려찍으니, 세워놓은 나무토막이 ~ 소리와 함께 두 쪽이 났다.

짝짝 : 짝 짝 잇달아 나는 소리.

쩍 : 대번에 크게 쪼개지거나 벌어지는 소리.

쩍쩍 : 쩍 쩍 잇달아 나는 소리.

- <우리말 의성의태어 분류사전> 발췌.


판소리 <흥보가> LP판 표지.

■ 의성의태어가 많이 나오는 분야가 판소리라고 합니다.

판소리는 의성 의태어가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전통 연극이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의성의태어의 큰 특징은 음성 상징어를 이용한 다양한 활용이다.

대표적인 예로 <흥보가>에서 제비 우는 소리로 '시지, 내지매, 래지배, 우지매, 거지연지, 낙지각지, 수지차로, 아리쥬디, 운지덕지, 은지덕지, 지지지, 절지연지, 주지주지, 지지지지, 함지오지, 함지표지, 배오뾰드득, 지지지위지오, 지지위지지오, 부지위부지, 빼드드드드, 뻐드드드드, 빼드드드드드드, 빼드드드드드드 드, 쌕, 쌕팩팩팩' 등이 나온다.

음성상징어 '지/팩, 배/삐' 등은 대표적인 새소리 의성어 뿌리이며, 이를 무한히 활용해 재미와 생동감을 준다.

- 나무위키, '한국어의 의성 의태어' 항목.


지지위지지오, 부지위부지.

강조체 부분은 저의 <골목길 야생화 39> '돌나물' 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제비도 <논어>를 알고, 개구리도 <맹자>를 안다'는 내용으로 소개드린 적 있습니다.


■■ 살아 있거나 죽은 식물이 내는 소리가 있습니까?

당연히 없습니다.

외부의 충격 등으로 부러지거나 쓸리거나 날리는 소리만 있을 뿐.

식물은 말수가 적은 게 아니라 아예 없는 존재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제든 다가가도 물리치지 않는, 심지어 꺾거나 부러뜨리더라도 외마디 비명조차 내지르지 않는, 이듬해에 찾아가도 의연히 반겨주는, 그 말 없음과 움직임 없는 의연함 때문이 아닐까요.


식물이 갖는 그 의연함과 포용력, 묵언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우리가, 특히나 요즘처럼 막돼먹은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더욱 더 배워야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4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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