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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 Apr 09. 2022

눈먼 돈 페스티벌

스타트업 이해하기(6)

 회사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해보자. VC나 엑셀러레이터한테 찾아가서 아무 말 대잔치에 가까운 프레젠테이션을 해서 있지도 않은 기업가치가 30억이니 50억이니 100억이니 하고 싸우는 SEED투자도 받기 전 말이다.




BIG BANG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았을 수도 있고, 그저 Key word만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월급만 받아서는 유명해지기도 어렵고 부자가 되기란 하늘에 별따기라는 진리를 일찍이 깨우친 선구자는 함께 할 팀을 꾸리고 사업을 하기 위한 회사라는 것을 설립해야 한다. 회사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있어왔던 것" 이겠지만, 아이디어나 의지만 있다고 뚝딱 생겨나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금수저를 쥐고 태어났거나 투자가 대박 나지 않는 한,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할 만큼 넉넉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자수성가 기업가를 만들어보자는 좋은 취지로 꿈 많은 이들을 지원해주는 좋은 제도와 기반이 생겨났다. 예비창업패키지, 초기 창업패키지, 창업 성공 패키지 등의 지원사업 제도를 이용하면 무자본 내지는 저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들은 "상환의무가 없다"는 특징에 "사후관리도 없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문제를 야기시킨다. 사업의 성패가 상환의무로 이어지지 않고, 선비용 지출과 사후 정산 및 지급의 절차로 자금이 지급되는 점을 활용하면 이 눈먼 돈을 빼먹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인건비 명목으로 자금을 많이 집행을 하고, 최소 요건만 만족하는 수준의 산출물을 제출하는 한탕주의 설계가 처음부터 가능하다.


1. 선정된 팀이 실제 사업에 투입하는 정도를 알 수 없음
2. 결과물의 퀄리티가 노력과 투입비용에 비례하지 않음
3. 실제 사업 수행하기에는 지원 금액이 작음
4. 반드시 전업으로 할 필요는 없음
→ 사업화 실패 확률이 애초부터 높아 산출물에 대한 기대 수준도 낮음


 평균적으로 7천만 원 정도의 눈먼 돈을 지원받게 되는 이러한 사업은 한 번 떨어지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기에 꾼들도 많고, 사업계획서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컨설팅도 난무한다. 시간당 수십만 원 정도의 컨설팅 요금도 크게 아까운 돈은 아닐 테다. 이렇게 좀비 꿈나무는 처음부터 사업계획만 잘 포장하고 멋지게 전달하면 된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는다.


정산 절차란, 항목별 비용의 예산 범위 초과 여부 확인 및 세부 내역에 대한 증빙 일치 여부를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확인하는 단순 과정이다. 개별 비용 자체에 대한 적절성 여부가 검토되지 않아서 부정을 발견하기 어렵다.


BIG SHIT


 창업 시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단계마다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기회가 있다.

창업 단계

기술/상품 개발 단계

양산 단계

신규 기술/정책 도입 시


 창업의 벽을 넘어 계속 의지가 있다면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다른 지원사업을 찾아보거나 추가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간혹 좋은 대학 출신이나 좋은 인맥으로 매우 유리한 초기 가치평가를 받아 엔젤 또는 시드 투자를 유치해서 넉넉한 자금을 가지고 출발하는 팀도 있다. 창업판이 좀도둑들의 놀이터라면, 데스벨리를 넘어선 신세계는 대도들의 놀이동산이다. 이들은 더욱 과감하게 베팅한다.

 

 성장기의 지원사업들 또한 정산을 통한 자금 집행을 하기 때문에, 전술한 문제점이 규모만 더 커진 채로 같은 현상이 고스란히 발생한다. 대신 인건비 외에도 다른 비용을 집행하는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이걸 해 먹기 위해서 더욱 현란한 트릭이 요구된다.


1) 자회사 기법

 역사적으로 자회사나 관계사를 통해서 탈세, 주가 장난, 불공정거래, 상호출자 등의 범법행위의 사례들이 많았던 것처럼, 지원금 또한 자회사 등을 통해 비용을 과다하게 집행해서 빼돌릴 수 있다.


2) 폰지 기법

 실증 사업에 지원하여 껍데기 서비스를 만든 후, 타 서비스와 제휴하여 포인트 지급하는 방법으로 가입자로 유인하는 방법이다. 가입자 수는 많지만 어플 다운로드 수가 어처구니없이 적은 놀라운 서비스도 있다.


 피해자는 눈먼 돈을 지급한 자가 되겠다. 그리고  돈은 여러분  세금에서 나왔다.




 이쯤에서 정리를 하자면, 본 시리즈는 필자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면서 인식한 문제의식을 쓰는 것이며, 이를 관통하는 첫 번 째 키워드는 "정보의 비대칭", 두 번 째는 "관리되지 않는 잉여 자본"임을 강조드린다. 기회비용을 사용하고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창업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혹여나 창업자들을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는 오해하는 분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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