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무서워 피하냐 더러워 피하지
우리 엄마랑 나는 생김새도 닮았
지만 성격도 빼닮았다
예전에 우리 막내 고모왈
"인영아, 너는 갈수록 어쩜 그렇게
네 엄마를 빼닮았냐! 이젠 목소리도
똑같네!"
한 적이 있다.
엄마가 몇 년 전에 친구들 모임에
간 적이 있는데 여자들 모임 특히
친구들 모임에서 늘 단골 메뉴는
돈자랑 자식 자랑
엄마 모임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어디 해외여행 다녀왔네
땅을 어디에 샀네
우리 자식이 대기업 다니네 등등
하다 하다 명품 자랑까지 늘어지게
하는 친구에 엄마가 화났단다.
그친구가 엄마한테
"ㅇㅇ야 너네 아들은 뭐 하고 사냐?"
아픈 손가락을 건드렸단다
시집 가 독립한 두 누나들과는 달리
그 당시, 남동생은 직장 취업을 못하고
이것저것 하고 있을 때였다.
지돈자랑 명품자랑 자식 자랑 폼나게
한참 하더니 가만히 있는 엄마한테 왠
만한 사정 뻔히 알면서 여럿 친구들 앞
에서 질문 하는 의도가 상당히 좋은
느낌은 아니기에 화나신 우리 엄마왈
"ㅇㅇ야 너 몰랐니 우리 아들 ㅇㅇ에서
제일 잘 나가는 깡패인데 너네 몰랐구
나! 사채도 하고 이것저것 다해"
했더니 돈자랑 하던 친구들 모임이 완
전 숙연해졌단다.
그 뒤로는 엄만 그 모임에 안 나가신다.
여편네들이 수준 떨어진단다.
남들보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더
겸손해야 하는 데 더 상대방을 배려해
야 하는데 자기 가진 것 자랑하지 못해
안달복달 난 사람들이랑 놀고 싶지 않
단다.
그때 난 엄마가 참 멋지다고 느꼈다.
"엄마! 최고인데,,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대~"
그 당시, 동생이 진짜 깡패는
아니었다 그런 쪽에 관련된 아이 성
향 자체도 아니다
엄마말로는 그냥 자랑질하는 입을
그만 멈추고 싶었단다 ㅋㅋ
아이들 중학교 때 일이다.
큰아이가 사춘기를 중3 때 크게 몇 년을
앓았다 남자아이들이 썩일 수 있는 속
은 거의 80% 썩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난 큰아이 때문에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정도로 힘들었고 두문분출하였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하다.
아니 속을 알 수가 없다. 가끔은 친하다
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내 등에 칼을 꽃
기도 하고 별로 안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를 위로하기도 한다.
"자기 ㅇㅇ 엄마랑 친하지! 이걸 전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데 자기도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내가 안타까
워서..."
하시며 전해 들은 말은 힘든 날 더 힘
들게 했다.
"언니, 마음은 고마운데 그런 거 전해
주지 마세요 뭐 좋은 일이 라고.. 전
제귀로 제가 직접 듣지 않은 말들은
솔직히 전해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더 보태진 거 같아서 어디
까지가 참이고 어디까지가 보태진 말
인지 알 수 없다고 여겨지거든요"
일단 안 들었으면 좋았을 말인데 듣게
되니 몇 날 며칠을 속이 시끄러워 잠을
못 잤다.
가만히 있으니 내가 가마니로 보이나
싶기도 하고 같이 애 키우는 사람들 끼
리 모여 아이흉을 본 게 화가 났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엄마여서 그런지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전화로 만나자고 했다.
"ㅇㅇ야 내가 다른 데서 이런 말을 들었
는데 좀 속상하네 난 자기랑 그래도 친
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같이 애키우
면서 그러고 살지 말자
내가 자기 흉봤다고 들은 적 있니?
내가 자기 애들 흉봤다고 들은 적 있니?"
"아니, 그게 아니라... 거기 나 말고도 여
려명 있었고 우린 너 걱정돼서 이런 저
런 이야기 하던 건데..."
"나 없는 데서 엄마들끼리 모여 내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되고? 꼭
욕을 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넌 너 없는 데서 내 가족이야
기가 다른 사람 입방아에 화두 되면 좋
니?"
"...."
"난 사람들 만나며 좋은 일이든 나쁜 일
이든 아이들을 소재로 이야기하지 않아
그 말 전해 준 사람한테도 한 소리 했지
만 자기한테도 말하고 싶어서 불렀어
처음이니까 내가 이번에 그냥 참을게
그런데 다음에 또 이런 소리 둘리면 나
그땐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 ...
우리 한 동네에서 그렇게까진 가지
말자"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고 생각 한다.
어른들이 모여서 건전한 이야기 하며
커피타임을 하던가!!
왜 남의 집,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며 커피를 마시는지...
본인 아이나 잘 키우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아이가 바르게 자라려면 온 동네가 아이
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랑을 주며 밝은 에너지를 주고 키워
도 모자랄 판에 왜 아이들 험담을 하는
지 ㅠㅠ
그러고는
걱정이 돼서 그냥 말한 거란다.
걱정은 그렇게 해 주는 게 아니다.
상대방 없는데서 수다로 털어 내는
걱정 따위 받고 싶지도 않고 사양이다.
그 뒤로 친했던 엄마, 말을 전해 준 엄마
와 전보다 좀 서먹서먹 해 졌다.
그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게 느껴진다.
나는 우리 엄마를 닮아 외유내강이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것 같지만 단단하고
또 단단한 것만 같지만 부드럽다.
난 우리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엄마이고 싶다.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
하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험담하고
내 자식 아니라고 남의 자식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걸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건 멀고도 험하다.
나 역시 그 경지에 이르려면 아직도 멀
었다.
하지만 노력은 하고 싶다.
그냥 어른 말고 성숙한 진짜 어른이고
되고 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