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열병 앓는 땅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면
흩날리는 분홍
벚꽃잎과
쏟아져 내리는 희디흰
목련 앞에 가슴이 떨린다
여름
꽃 진 자리에
신록이 짙어져 가면
정수리에 뜨거운
태양빛이 내려앉고
뭉게구름 가득 한
하늘이 내게 엉긴다
가을
초록의 실타래가
빨갛게 물들어 가면
속절없는 인생처럼
빠르게
새로운 계절이
다가옴을 느낀다
그렇게
내 삶의 영화와 고단함을
포근하게 덮어 주려는 듯
투명한 유리구슬이
쏟아져 내리는 날
나는 비로소
겨울 하늘을 만난다
계절의 지남을
하늘이 내리는 특별한 선물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오늘과 내일의 계절이
다르듯이
날마다 새로운 약속으로
새로운 하늘을 바라보게 하는
아름다운 사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