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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Sep 30. 2024

자작시

그날, 새벽밥

<연작시1>



아는 이 하나 없던

신접살림 단칸방은

적요한 선방禪房 같은 곳   

 

초침소리에 낮의 식탁이 익사하고     

우듬지에 조각달이 얹혀야     

신랑은 돌아왔다  


우연히 만난 언니

상큼한 미소로 묻는 안부에   

치자꽃 향기가 승강기를 가득 메웠다


언니가 들고 온 열무김치

고추장 쓱, 쓱 참기름 톡, 톡

언니 웃음은 참기름을 닮았구나


승강기는 엘리스의 토끼굴  

올라가고 내려오며 그 문이 열리면   

호숫가 제비꽃 위로 바람이 불었다    


종일 부업하는 언니 곁 껌 딱지로

재잘대는 나에게   

모이를 주듯 이야기를 풀어놓던 언니



좋아하던 콩나물밥 해놨어 꼭 먹고 가

미소로 감춘 눈물 한 톨을 보고는

자꾸만 목이 메던 이삿날의 새벽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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