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시1>
아는 이 하나 없던
신접살림 단칸방은
적요한 선방禪房 같은 곳
초침소리에 낮의 식탁이 익사하고
우듬지에 조각달이 얹혀야
신랑은 돌아왔다
우연히 만난 언니
상큼한 미소로 묻는 안부에
치자꽃 향기가 승강기를 가득 메웠다
언니가 들고 온 열무김치
고추장 쓱, 쓱 참기름 톡, 톡
언니 웃음은 참기름을 닮았구나
승강기는 엘리스의 토끼굴
올라가고 내려오며 그 문이 열리면
호숫가 제비꽃 위로 바람이 불었다
종일 부업하는 언니 곁 껌 딱지로
재잘대는 나에게
모이를 주듯 이야기를 풀어놓던 언니
좋아하던 콩나물밥 해놨어 꼭 먹고 가
미소로 감춘 눈물 한 톨을 보고는
자꾸만 목이 메던 이삿날의 새벽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