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라보콘 1>
"엄마, 아빠 언제 와"
6살 꼬마 아이
문지방에 턱 괴고 앉아
6시만 기다린다
아빠가 퇴근길에 들고 오시는
간식 잔뜩 든 마법의 봉지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아이스크림도 먹고
과자도 먹고
아빠, 퇴근하시는 시간이
제일 좋은 6살 꼬마
아이스크림 다 녹기 전에 만나요
<부라보콘 2>
♤ 그땐 몰랐던 이야기♤
그날은
아빠가 오시지 않았다
퇴근길, 검은 봉지도
노란 머리
코 큰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돈 벌러 훌쩍 떠난 아버지
청국장이
천하일미라 하시는데
치즈냄새로 갈음할까 걱정
외국 명절
따뜻한 가족 품 떠나
고개 숙이실까
어머니의 걱정을
그땐 몰랐습니다
엄마가 편찮으셨을 때도
우리가 아팠을 때도
촘촘한 기억 속
희미하게 자리 잡은 아버지
.....
나에게만 하얀
눈이 내리나 싶었는데
아버지의 머리에도
켜켜이 쌓인 눈
하얗게 바랜 머릿결
굽어진 어깨
함께한 세월보다
그리워한 세월이 길어
낯선 아버지
오늘따라
터덜터덜 걸어가시는
쓸쓸한 뒷모습
처음으로 달려가
잡아드린 아버지의 손
"고맙다, 딸"
왈칵 눈물이 흐릅니다
마침내
차갑게 쌓인
눈을 녹입니다
여전히
6살 인생
맛보았던 세상에서
제일 달콤했던 부라보콘
<수월한 계절은 없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