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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Oct 02. 2024

연작시

부라보콘

<부라보콘 1>

"엄마, 아빠 언제 와"

6살 꼬마 아이

문지방에 턱 괴고 앉아

6시만 기다린다


아빠가 퇴근길에 들고 오시는

간식 잔뜩 든 마법의 봉지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아이스크림도 먹고

과자도 먹고


아빠, 퇴근하시는 시간이

제일 좋은 6살 꼬마


이스크림 다 녹기 전에 만나요


<부라보콘 2>

♤ 그땐 몰랐던 이야기♤


그날은

아빠가 오시지 않았다

퇴근길, 검은 봉지도


노란 머리

코 큰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돈 벌러 훌쩍 떠난 아버지


청국장이

천하일미라 하시는데


치즈냄새로 갈음할까 걱정

외국 명절

따뜻한 가족 품 떠나

고개 숙이실까


어머니의 걱정을

그땐 몰랐습니다


엄마가 편찮으셨을 때도

우리가 아팠을 때도


촘촘한 기억 속

희미하게 자리 잡은 아버지


.....



나에게만 하얀

눈이 내리나 싶었는데


아버지의 머리에도

켜켜이 쌓인 눈


하얗게 바랜 머릿결

굽어진 어깨


함께한 세월보다

그리워한 세월이 길어

낯선 아버지


오늘따라

터덜터덜 걸어가시는

쓸쓸한 뒷모습


처음으로 달려가

잡아드린 아버지의 손


"고맙다, 딸"

왈칵 눈물이 흐릅니다


마침내

차갑게 쌓인

눈을 녹입니다


여전히

6살 인생


맛보았던 세상에서

제일 달콤했던 부라보콘


<수월한 계절은 없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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