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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시루 Dec 15. 2023

교과서가 없는 학교

- 알쓸캐잡 1편, 캐나다 학교는 지금...

"엄마, 쟤 우리 반 친구야. 쟤 진짜 귀여워."


아이가 가리킨 곳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남자아이가 보조선생님과 서 있었다.


"쟤..? 어떤 점이 그렇게 귀여운데?"

"응 수업시간에 모두 조용히 뭐 하고 있는데 쟤가 방귀를 뿡 하고 뀌어. 그러면 애들이 웃겨서 막 웃어 

그리고 가만히 있다가 소리를 꽥 질러. 그러면 또 애들이 막 웃어. 그리고 엄청 아기 같아 그래서 귀여워."


한국에서였다면 이런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을까.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눴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캐나다에는 보조교사 도움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도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그래서 한 반에 한 명 정도씩 특수교사가 도와주는 학생이 있기도 한다.

비록 수업내용을 따라갈 순 없지만 다른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사회성을 길러가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방해는 안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참는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아주 귀여운 동생 대하듯 살갑게 뛰어가서 인사하고 돌아오는 아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가 경험하는 캐나다 교실이 궁금해진다.


아이가 순수하고 예쁜 것은 어른들의 시각이 그대로 물들기 때문이다.

자폐증세가 있는 아이의 돌발행동이 놀림감이 되지 않고 냄새나는 방귀를 뀌어도 괜찮은 것은 

담임선생님의 효과일 것이다. 

"엄마 선생님이 그러는데, 저 친구는 몸이 불편하게 태어났으니까 그만큼 우리가 양보하고 잘 돌봐줘야 한대. 

그래서 우리반 모두 저 아이가 뭐 할 때마다 잘 도와줘. 애들 모두 쟤랑 노는 거 좋아해."


나는 우리 아이가 말하는 내용으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저 지나가는 장애인을 힐끔 쳐다봤거나 애써 안보는척 하거나,

성인이 된 후에 지체장애 아이들이 있는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가본 적은 있어도 

장애인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제대로 배운적이 없다. 

내 눈에는 낯설고 어려운 그 아이의 시선과 몸짓이 우리 아이에겐 귀엽고 사랑스럽고 익숙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중요한걸 잘 배우고 있구나 싶은 마음에 안도감이 생긴다.


이렇게 교육받고 자란 어른은 어떤 모습이 될까.

이건 여기서 오래산 지인에게 들은 얘기다.

마트 입구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아이때문에 다른 사람의 출입이 방해되자, 아이 엄마가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얘길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백인할머니가 정색을 하면서 "너는 그런말 하면 안돼. 너는 지금 이 나라의 미래를 키우고 있는 사람인데, 내가 너한테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해" 라면서 반응하더라는 것이다. 

이 얘길 뒤에서 듣고 있던 지인은 그 할머니 말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평소 그렇게 생각해야 그런 말도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겠어? 캐나다가 내 모국이 아닌데도 그런 사람 만나면

사람 자체를 존중해주는 이곳 문화가 참 스위트하고 좋아. 십여년 살다보니 나도 이 나라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싶고 그래서 세금도 즐겁게 내게 돼" 


교과서가 없는 학교

캐나다 초등학교에서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교과서가 없다는 점이다.

담임선생님이 플랜을 짜고 그때그때 유인물을 나눠준다. 때문에 한국보다 뭔가 허술해보이기도 하는데

캐나다에서의 학교는 학습보다는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가르치는게 주요 목적처럼 보인다. 

그리고 한국과 다른 또 한가지는 한 학급에 두 학년이 섞여서 수업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3/4는 3학년과 4학년이, 4/5는 4학년과 5학년이 절반정도씩 섞여있는 학급이다.

처음엔 왜 동생과 혹은 언니 오빠들과 수업을 같이 듣지? 무척 의아해했었다.  

누가 이 방법을 고안했는지, 캐나다 방식인지 영미권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고 보니 꽤 괜찮은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가 겪어보기론, 이렇게 두 학년이 섞여서 공부를 하게되면 우선 아이들마다 같은 수업을 들어도 이해도가 다르고 따라서 진도도 다른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빠른 아이는 언니 오빠들과, 늦은 아이들은 동생들과 한 번 더 수업을 들으면서 작년에 몰랐던 걸 반복할 수도 있고 공부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빨리빨리 배우진 못해도 제대로는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아이의 경우엔 점심시간마다 학교건물에 붙어있는 유치원 교실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 활동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나 귀여워 웃음이 난다. 

"네가 가서 뭘 도와주는 거야?"

"음. 엄청 바빠. 혼자 도시락 뚜껑 못 여는 애들 도시락 뚜껑 열어주고, 밥을 질질 흘리면서 제대로 못 먹는 애들도 많거든 걔네들 밥 먹는 거 도와줘. 그리고 가끔 화장실도 따라가 줘야 해." 


뭐 굳이 선생님도 계신데 애들한테 그런걸 시키나... 

그런거 할 시간에 너꺼나 잘해라... 

1초 동안에 한국엄마 마인드가 불쑥 튀어나왔지만 이번에도 꾹 눌러 숨긴다.

아이는 제 눈에도 조그마한 동생들을 돌봐주면서 남을 돕는다는 행위를 통해 자기효용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얻게된다. 그런 신성한 교육현장을 부모로서 모독하지 않겠다고 나는 다짐한다. 

그저 아이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들어주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한마디 하면 된다.


'잘했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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