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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Jan 26. 2021

나의 양악 재수술 일기(4)

철도를 깔아버려어어엇

드디어 에 철길을 깔아버렸다. 15년 전과 달리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요즘은 자가결찰 장치가 대세란다. 브라켓 마찰력이 적어서 통증이 적고 교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는데,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아픈 것도 그때와 같고 교정이 빨라져 봐야 얼마나 빨라질까.


검사 결과는 생각보다 양호했다. 1급 부정교합. 송곳니 하나가 열심히 돌아가 있었고, 어금니도 살짝 돌아갔다. 교정이 끝나고도 유지장치를 열심히 끼고 산 덕분이었다. 하지만 철사가 떨어지면서 유지장치를 안 낀 지 2년, 치아들은 부지런히도 일하고 있었다. 내 치아를 위해서라도 나 스스로도 열심히 움직여야겠지.


교정기술과 함께 나도 달라졌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장치를 부착하는 시간이 지루하여 꿈뻑 졸았었다. 그래서 장치를 달다가 깜짝 놀라서 깬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졸지 않았다. 위아래 장치를 나눠서 부착한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철물에 원래 반지 같은 고리를 끼운 뒤에 장치를 붙이는데, 이번에는 어금니에 직접 장치를 부착했다. 다만 이렇게 부착하면 접착력이 일반 치아의 10%밖에 되지 않아 음식을 먹을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통증을 견디는 힘도 커진 것 같다. 과거 철사를 바꾼 후 일주일은 너무 아파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급식을 먹었던지라 음식을 선택할 수 없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죽을 먹으면서도 가족들이 삼겹살을 구워 먹길래 참지 못하고 잘게 잘라서 먹어버렸다. 씹을 때마다 골이 욱신거릴 만큼 아팠지만 견뎠다. 아픔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고, 일주일이면 끝나리란 걸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망할 이갈이는 답이 없다.


그럼에도 유난히 짜증 나는 건 있었다. 앞니 사용과 양치질.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막대 아이스크림을 먹기가 너무 힘들다. 앞니로 깨물고 나면 앞니 통증이 조금 오래간다. 누가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는 것처럼. 아이스크림 귀신인 내가 이걸 못 먹고 있으니 환장하겠다. 그렇다고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자니 거기엔 딱딱한 덩어리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먹기가 까다롭다. 슈팅스타는 먹을 때마다 안절부절.


양치질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양치질 자체가 5분에서 15분으로 증가. 장치를 정면과 위아래로 닦아야 하기에 번거로워졌다. 그리고 지난날 치과 전쟁을 치른 뒤로 자기 전에 치실을 거르지 않고 꼭 한다. 안 하면 입냄새가 날 것 같고 이가 썩을 것만 같다. 그런데 장치를 부착하고 나니 치실을 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철사 안쪽으로 치실을 끼운 뒤에 이 사이로 넣어서 해야 한다. 망할 일반 치실은 실 끝에 힘이 없어서 철사 사이로 넣으려다가 성격 다 버린다. 몇 번 하다가 집어던졌다. 다행히 끝이 단단한 나일론 재질로 된 교정용 치실이 따로 있더라.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치실을 할 수 있었지만, 양치 시간은 30분으로 늘어나고 말았다. 양지칠이 유튜브를 켜놓고 해야 할 정도로 지루한 작업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다. 수술을 향한 여정은 시작되었다. 돈도 한 번에 다 내버렸고. 번거롭지만 이 고통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앞으로 거진 2년을 함께 해야 할 장치들이니. 이 익숙하고 서늘한 감각. 잘 견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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