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SbPCSXlboX4
연휴라 그런지 엄마 생각이 갑자기 나서, 조금 기분이 안 좋았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가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벌써 15년이 넘었다) 이제 엄마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것보다는 내 안의 내면아이가 엄마에게 말하는 목소리를 내가 듣는다.
엄마, 왜 날 버렸어? (=왜 죽었어?)
엄마, 왜 나한테 잘해주지 않았어?
엄마, 내가 미웠어?
엄마, 살아있었어도 날 버렸을 거지?
내면아이라는 게 정말로 있기는 하다.
내가 생각해 내는 목소리가 아니라, 그냥 들릴 때가 있다.
그러다가 부엌 청소를 하며 '엄마란 무엇인가'란 라이브 강의 클립을 들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1. 엄마가 사악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원인을 찾아라.
2. 엄마는 너무 힘든 삶을 살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사악해졌다.
3. 사람이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살았다면 사악해질 수 없다.
4. 자식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지 못할 정도로 부정적인 엄마가 있다면, 그 사람은 열악한 환경의 희생양일 뿐이다. 엄마는 불쌍한 사람이다.
5. 엄마 탓을 하는 것은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다. 엄마가 살아았다면 엄마에게 먼저 친절해라.
6. 인간은 누구나 다 시한부 인생이다. 살아있을 때 서로 사랑하고 친절해야 한다.
살면서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엄마에게 친절하라'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분은 처음 본 것 같다. 요즘에는 '금쪽 상담소'같은 콘텐츠 때문인지, 여러 심리학적인 이론들이 보편화된 것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힘든 삶을 부모님, 특히 엄마 때문이라고 탓하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트라우마의 원인을 엄마에게서 찾고 힘든 삶의 이유는 바로 흔히들 엄마라고 한다.
하지만 김주환 교수님은 엄마에 대한 불만이 많을수록 '엄마는 힘든 삶을 살았다는 증거'라고 말하신다. 엄마를 욕하기보다는 엄마에게 친절한 것이 자식에게도 좋은 일이며 그것이 자식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신다. 교수님의 말씀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진심인 것이 느껴졌다.
Being kind is more important than being right.
자식이 옳은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에게 친절한 것이 중요하다.
엄마는 힘든 삶을 산 불쌍한 사람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엄마를 위로하면 나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다. 엄마를 이겨서 좋을 일은 없고, 엄마를 이긴다고 해도 자기혐오일 뿐이다라고 말하신다.
나도 사랑하고 엄마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결국에는 죽기 때문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순간 살아있는 엄마도 아닌, 이미 세상에 없는 엄마를 마음속으로 원망하는 나 자신이 우습고 못되게 느껴졌다. 나는 살아있는 엄마를 욕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비열한 인간이다.
엄마에게 정말 미안했다.
엄마는 여자로서 행복하게 살지 못하시고, 나와 동생을 낳고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다. 그리고 자식이 자라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정말 불쌍한 사람이다. 엄마에게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고 아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교수님이 말하신 '좋지 못한 환경'에서도 어쨌든 나를 낳아주셨다.
앞으로 나 자신의 행불행에 엄마를 끼워 넣지 않을 것이다. 엄마한테 버림받았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것은 엄마의 운명이었고 엄마는 나를 버린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엄마에게 직접 친절해질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마음으로라도 죄를 짓지 않는 자식이 되기로 했다.
결국에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엄마를 다시 만날 때까지 엄마를 불쌍히 여기고 감사하는 것이 나의 도리이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