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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제로 Jan 01. 2023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을 지나 한 해가 밝았다.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하루는 끝나고 시작된다. 

지난번 잠과 관련하여 브런치 글을 작성했다. 잠이 오지 않는데 잠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 시간, 내 생에 가장 아까운 시간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2022년이 저물고 2023년이 떠오르는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 나는 또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잠이 오지 않는 순간, 그저 아이디어의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을 선택했다. 앞으로의 나의 1년, 작년의 나, 올해의 나, 앞으로 어떤 것들을 해나가야 하는지 생각이 복잡했다. 그래서 생각만으로 내가 그것들을 이루는 상상을 했다. 나름의 시각화 훈련이랄까. 


실제 내가 상상한 대로 1년을 꾸밀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경험들을 할 수 있을지, 그때 나는 어떻게 이야기할 건지 마치 연예대상 수상소감을 준비하듯, 나의 소감문을 머릿속에서 작성해 보았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우습겠지만 나는 좋았다. 그것을 해내기 위해, 내가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지, 올 한 해를 어떤 방식으로 걸어 나가야 하는지 상세하게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잠을 들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생각의 폭포 속 그렇게 나는 잠을 자지 않고도 에너지를 얻었고. 


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하니, 6시 50분이었다. 



오늘 해가 뜨는 시각은 대부분 7시 30분에서 8시 사이, 빠르게 준비하고 나가면 집 근처 해맞이 명소에서 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잠깐의 망설임을 지나, 결정은 빠르게 났다. 


순식간에 샤워를 마치고, 함께 갈 사람을 찾았다. 마침 아빠가 잠에서 깨 TV를 보고 있었다. 이 기회에 둘이서 해를 보러 가자는 나 혼자만의 다짐 후 샤워실에서 새로운 한 해를 깨끗이 맞이하고자 열심히 씻었다. 화장실을 나옴과 동시에 안방에 들어가니 어느새 엄마도 잠에서 벗어났다. 


엄마는 쉼이 필요하다 하니, 두고 아빠를 모시고 해맞이 명소로 향했다. 

쉼 없이 올라가는 계단 속 숨이 목을 지나 머리까지 울리는 느낌이었다. 잠을 자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체력이 떨어진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헉헉 숨을 쉬며 정상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해는 보이지 않았다. 예상시간은 7시 47분, 8시가 됨에도 해가 뜨지 않았지만 하늘의 이쁨에 감탄하며 사람들과 옹기종기 해를 찾아 미어캣처럼 하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들리는 함성소리, 아빠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소나무 사이로 해가 빼꼼히 올라왔다. 오늘 안개가 심해서 못 볼 줄 알았는데 이 이른 아침에 해를 보기 위해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을 해도 안 걸까.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일출은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더 동그랗고 생각보다 더 반짝였다. 



해와 함께 자연스럽게 개막하는 아침의 풍경도 너무 아름다웠다. 


비록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머리도 아팠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내가 내린 결정에 빠르게 움직이고 실천했다는 것. 그 뿌듯함으로 1년을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조심히 아빠 손을 잡고 내려오며 드는 생각. 


그렇구나,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든 시간은 흐르는구나, 잠을 자든 자지 않든 하루는 바뀌는구나, 

잠을 자지 않아도 내가 마음을 먹으면 이렇게 심장이 터질듯한 운동도, 원하는 것도 해낼 수 있구나. 


새삼스럽지만 또 새롭게 깨달았다. 

올 한 해, 목표했던 바에 충실하고 그것을 해낼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이 새 깨달음과 함께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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