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것들. 2편

어떤 무게도 감당할 수 있는 힘

by 이다래

반장과 일을 그만하기로 한 뒤, 남편은 한동안 일을 잘해나가는 듯했다. 남편을 포함해 4명의 팀원이 같이 그만뒀는데, 이전에 반장과 일했던 거래처에서 바로 남편 쪽에 일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번째 공사가 끝난 후, 거래처에서 말이 바뀌었단다. 자기네들이 갖고 가는 수입이 별로 없어서 인테리어 팀을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남편은 두 번째 공사를 하려고 이미 2주가 넘게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남편과 함께 했던 2주. 마냥 좋을 줄 알았다. 단둘이 데이트도 하고, 주말에도 독박육아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늘 마음 한구석을 돌덩이가 짓누른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부족한데, 남편은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하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데, 이거 사자, 저거 사자, 하는 이야기들은 변함이 없다. 이해는 간다. 남편도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맘 편히 쉬고, 놀고, 쓰는 시간들도 필요할 텐데. 그런데 자꾸만 돌덩이가 무거워진다. 어릴 적 엄마가 자주 내쉬던 한숨이 생각났고, 그게 버릇처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참고 참다가 터지는 한숨이라는 걸 알았다.

남편은 구직 카페에서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모든 짐을 남편에게만 지우고 싶지 않은데, 자꾸 남편을 다그치게 된다. 3~4일 정도 하는 공사를 하게 되었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는데, 하루 일하고 오더니 공사현장이 너무 엉망이라 못하겠다고 했단다. 같이 일하러 같던 동료도 혀를 내둘렀다고. 나는 그쪽 일을 전혀 모르니, 오죽했음 그랬을까 하고 넘겨야 하는데 또 돌덩이가 무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고작 1주일에 2일 알바하는 내가 그럴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tv를 보면 그런 사람들이 종종 나온다. 일반인 부부 인터뷰 중에, 남편에게 혹은 아내에게 자신이 힘들었을 때 아무 내색 않고 견뎌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 결혼 전엔 나도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누구보다 남편을 사랑하니까. 그런데 자꾸 내 문제로, 돈 때문에, 불안한 앞날 때문에 이 시간을 묵묵히 견뎌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힘들다. 나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엄마 아빠가 겪었던, 어른의 문제들. 이제 정말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내가 그전에 이미 어른이 되어있었다면 이런 문제들 앞에서 조금은 태연해질 수 있었을까. 날이 자꾸 추워지는 게 두렵다. 돌덩이가 계속 무거워 진대도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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