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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래 Dec 21. 2022

10주, 아인이의 마음

10주


병원에 다녀온 후로 아인이의 마음을 예전보다 더 살피려고 노력했다. 아인이와의 놀이에도 최대한 집중하고, 말도 더 다정하게, 그동안 얄짤없이 지켜오던 규칙 같은 것들도 조금은 느슨하게, 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최대한 하지 않았다.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인이는 조금씩 증상이 나아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인이가 동생에 대한 마음이 활짝 열리게 된 의외의 계기가 생긴다.


병원에서 초음파 동영상을 올려주는 어플이 있다. 그 어플의 메인화면에는 주수에 맞는 태아의 그림이 귀엽게 그려져 있는데, 터치를 할 때마다 태아의 자세가 바뀌고, 말풍선의 멘트도 함께 바뀐다. 언젠가 아인이와 그 어플을 같이 보는데 그걸 엄청 재밌어하면서 말풍선의 글을 다 읽어달라는 거였다. 아인이 입장에선 그게 정말 뱃속의 아이가 보내는 신호 같은 걸로 보였나 보다. 한 번은 “엄마 과일도 잘 챙겨드세요”와 비슷한 멘트가 나왔는데, 그걸 읽어주자마자 “엄마 얼른 과일 먹어!” 하면서 냉장고로 달려가 포도를 꺼내는 거였다.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울컥울컥 한다.


‘마미톡’ 어플 화면


그 무렵, 교회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인이는 자기가 기도할 차례가 되면 늘 동생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엄마 뱃속에 애기가 생겼는데 애기가 건강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뱃속에서 죽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식의. 아인이가 동생이 생겨 속상해하던 걸 다 아는 선생님들도 그 기도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며 나에게 이야기해 주시곤 하셨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금세 마음을 내어주는 우리 아인이. 아직도 내 눈엔 너무나 작은 우리 아인이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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