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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래 Jan 19. 2023

22주, 배가 예쁘네

22주


이제 배가 제법 나왔다. 예전엔 외투를 입으면 임산부인지 잘 모를 정도였는데, 이젠 두꺼운 외투를 입어도 티가 난다. 배꼽도 점점 바닥이 보인다. 옷장을 살피며 이젠 정말 입을 옷이 별로 없네, 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입을만했던 널널한 원피스도 이젠 불편해지려고 한다. 내가 아끼는 니트들과 잘 어울려서 교복처럼 입던 원피스였는데.. 옷을 내 스타일대로 코디해서 입는 걸 좋아한다. 늘 옷차림에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만약, 다음날 약속이 있는데, 마음에 드는 옷이 없으면 조금 속상해하는 정도. 그런데 요즘은 입을 수 있는 옷도 별로 없고, 뭘 입어도 옷테가 나지 않아서 즐겁지가 않다. 머리도 점점 산발이 되어가고 있다. 주기적으로 펌을 해야 머리가 잘 정리되는 편인데, 미용실에 못 간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펌을 해도 된다고는 하지만, 혹시나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 그래서 요즘은 늘 모자를 뒤집어쓰고 임부용 조거팬츠에 롱패딩을 입는다. 그러던 중, 아는 언니가 내 배를 보며 그런 말을 해주었다. “어머! 배가 예쁘네.”라고. 배가 많이 나왔네, 적게 나왔네 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그런 말은 처음이었다. 나에게 너무 필요한 말이어서, 그 언니에게 감동이라고 말했더니 나를 볼 때마다 배가 예쁘다고 해준다. 다시 힘을 내서 배가 나와도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찾고, 새 모자도 샀다. 예쁜 내 배에 어울리는 것들로.


오랜만에 교회 청년부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만났다. 이 친구들은 조금 특별하다. 첫째를 임신하는 과정에서 나의 힘든 마음을 다 들어주고 위로해 주었던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두 친구 모두 임신이 수월하게 된 편이어서 나의 상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매번 진심으로 마음을 써주었다. 그래서 첫째를 임신했을 때도 남편 다음으로 이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했던 기억이 난다. 진심으로 축하해 줬던 친구들. 이번에도 역시 나의 임신을 축하하기 위해 만났다. 친구들은 만나자마자 선물을 건넨다. 신생아용품에 임부용품, 그리고 편지까지 들어있었다. 정말 필요한 것들이어서 고맙기도 했지만, 그 마음이 느껴져서 더 고마웠다.


어떻게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아인이를 갖는 과정이 나에게는 힘들었다. 그래서 둘째는 포기하자고 다짐했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 있던 상태였다. 친구들에게 나의 “아쉬운 마음”에 대해서 토로한 적은 없지만, 어쩌면 나의 그 마음까지 헤아리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 아인이를 임신했을 때 친구가 줬던 책을 다시 펼쳐봤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 작가가 자신의 임신기간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받아서 읽었던 그때의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 내가 임산부가 되다니. 라며 벅찬 마음으로 보곤 했는데, 이번엔 그때 나에게 책을 선물했던 친구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귀여운 얼굴
귀여운 손발


23주에 정밀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1차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나온 후로 모든 검사가 겁이 난다.(니프티검사에서 정상판정) 초음파 선생님(?)이 포도의 심장을 천천히 보시는데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시길래 너무 긴장이 됐다. 다행히 포도는 건강했다. 선생님이 아이가 쉬지 않고 움직인다고 하셨다. 아인이 때도 아이가 활발하다는 얘길 들었는데ㅋㅋ 남매라 그런가 비슷하네. 얼른 만나고 싶다 포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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