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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Jul 07. 2019

오늘의 그림일기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오늘도 잘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평소와 다른 것은 이 일을 해야 하는데 알 수 없는 초조함과 슬픔으로 비관하여 미루는 것이 아니라, 이 일보다 내 감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녁까지 마감을 해야 한다. 하다가 집중이 잘 안되어서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친구에게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고맙다고. 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는 나에게 말했었다 “너 정말 욕심이 많구나”라고.그 말이 생각의 시발점이 되었었다. 내 욕심은 무엇인가, 무얼 향해 있는가 등의.

 자존감과 열등감에 관한 강연도 들어봤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냥 예엣날 개그프로그램 캐릭터의 유행어로만 들어서 본 뜻을 찾아볼 생각 없었는데, 자신이 최우선시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내 병명은 자아 결여인 것이다. 꼭 만나보고 싶었던 애니메이션 감독과의 대화를 신청했고. 동거인과 어제 새벽까지 대화하면서 앞으로는 일을 줄이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기로 했다. 많은 위안이 되었다. 일은 꼭 성공적으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나를 오늘 조금 다른 쪽으로 컴퓨터 앞에서 떨어질 수 있게 해 줬다.

 오랜만에 디지털이 아닌 펜으로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종이를 긁는 느낌과 클라이언트와 마감 없는 작업은 정말 재밌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붙지 않는다.

사실. 정말 모든 초조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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