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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보쌈집

서울 종로구 관수동 대련집, 두 번째 이야기

by 가위바위보쌈

지난주 설명한 대련집의 고기는 '어디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었다.


되게 극찬하는 말 같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보통 생각하던 고기의 맛과 달랐다는 표현이었다. 오히려 도톰한 삼겹살을 구워 먹는 느낌처럼 육즙이 가득 차 있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하지만 육즙이 아무리 가득 들어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고기가 식어가고, 표면이 말라붙게 된다. 그럼 고기는 퍽퍽해지고 식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순식간에 고기를 해치우지 않는 이상 고기의 맛은 떨어진다.


천짓골처럼 훌륭한 가게는 이를 막기 위해 고기를 육수에다 담가놓는다. 너무 오랜 기간 뜨거운 육수에 담가놓으면 고기가 퍽퍽해질 수도 있지만, 적당한 온도에서 먹기 직전까지만 담가놓으면 고기의 부드러움은 유지할 수 있다.

KakaoTalk_20250828_170402826_09.jpg 서울 종로구 관수동 대련집, 칼국수

퍽퍽해질 때 칼국수에 담가서 먹으면 어떨까?


이 집이 SNS에서 유명해진 건 칼국수 안에 보쌈을 잔뜩 담아놓고 이상하게 화질을 올려놓은 사진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길 오면 보쌈과 칼국수를 꼭 같이 시킨다. 하지만 보쌈을 먼저 먹고 칼국수는 나중에 시키는 걸 추천한다. 이미 육즙 가득한 보쌈을 칼국수 안에 넣어서 먹으면 느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집의 칼국수는 비밀이 하나 있다. 하나를 시켜서 2개로 나눠달라고 할 수 있고, 2개를 시켜서 4개로 나눠달라고 할 수 있다. 1개를 4개로 나눠달라는 건 너무 양아치이니 허용되지 않는다. 오랜 단골로서 알고 있는 꿀팁인데, 다른 테이블도 보니깐 이미 아시는 건지 아니면 이모가 알아서 해주신 건지 1개를 시켜서 2개로 나눠서 먹고 있었다. (10여년 전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 나눠먹자는 얘기를 하는 우리 일행을 보고 서빙해 주시던 이모님이 알아서 나눠주셨던 기억 덕에 이 팁을 알고 있다.)


칼국수의 맛은 아마도 돼지육수일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그 안에 퍽퍽해진 고기를 넣으니, 육즙이 다시 살아나고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고기와 국수를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KakaoTalk_20250828_170402826_06.jpg 서울 종로구 관수동 대련집, 파전

이 집은 파전도 유명하다.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이 집의 파전은 과거보다 훨씬 맛있어진 느낌이다. 예전엔 파전이 더 두껍고 덜 바삭했는데, 지금은 뭔가 얇아지면서 바삭해진 느낌?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KakaoTalk_20250828_170402826_07.jpg 서울 종로구 관수동 대련집 보쌈과 파전

맛있는 집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건 미슐랭의 기준이다.


미슐랭은 1~3개의 별로 식당의 수준을 나타낸다. 1스타는 해당 지역에서 방문할 가치가 있다, 2스타는 멀리서 찾아갈만하다, 3스타는 그 식당을 위해 여행을 떠날 만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주 대련집의 첫 번째 이야기를 소개할 때 감사한 독자분께서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다.


"오랫동안 안 집이고 끌려가서 조금 먹어왔지만, 찾아가서 먹을 집은 절대 아니다. 가까운 보쌈집 가시는 게 나아요."


왜 찾아가서 먹을 집이 아닌지에 대해선 언급해주시지 않았지만, 이 분 말대로라면 미슐랭 기준 2스타는 될 수 없다. 그렇다면 1스타는 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대련집은 그 지역을 가게 된다면 방문할 가치가 있는 집이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더라도 지금은 충분히 그런 곳이 됐다. 비록 미슐랭에 들 만큼 빼어난 집은 아닐 수 있지만, 미슐랭의 기준으로만 보면 그렇다는 의미다.


찾아갈 정도로 맛집은 아니라는 보쌈집.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맛있어진 집, 대련집이다.


같이 보면 좋을 글: "인스타그램에서 떠오른 보쌈 맛집"(https://brunch.co.kr/@redlyy/113#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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