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 새로 연기가 들어오듯이
현명함이란,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연함은 생각이 머무는 일이고,
생각이 머무른다는 건 곧 내 시간을 그곳에 두는 일이다.
시간이란 곧 나의 에너지다.
내가 누군가를 오래 생각한다는 건,
그 사람을 향해 내 에너지와 열정을 흘려보내는 일이다.
그것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 마음이 나를 향해 있을 때,
그 에너지는 선순환한다.
나를 위해 쓰는 생각, 나를 위해 쏟는 시간과 열정은
아무리 지나쳐도 미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자기 존중이고, 자기 확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나 자괴감이
가슴을 누를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또한 헤어 나오면
깊은 경험이 되고, 더 단단한 내가 된다.
그래서 관계에서 현명함을 발휘하려면
억지로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문틈 사이로 연기가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인연을 흘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
굳이 손을 뻗지 않아도 닿는 인연이라면
그건 이미 내 곁에 머물 준비가 된 것이다.
애써 막으려 하지 말고,
애써 끌어당기려 하지 말라.
그저 문틈을 조금 열어두고,
연기가 들어오듯 관계를 맞이하라.
그게 바로,
현명함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