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은 척 잘 견디고 있는 줄 알았다.
매일 쏟아지는 일들을 붙잡고 바쁘게 움직이면
모든 감정은 저절로 희미해질 거라 믿었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잃어버리기 위해 더 바쁘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묻어두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새벽
꿈이 조용히 나를 불러 세웠다.
어린 동생을 잃어버리고
애타게 울며 찾는 나를 보았다.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해서
깨어난 후에도 한참이나 흐느껴 울었다.
꿈속의 동생은 내가 잃기 싫은 어떤 것
잃어버릴까 봐 두려운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내 안에 소중하고 지키고 싶었던 무언가가
그렇게 꿈의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얼마나 애써 감추려 했던 것인지
얼마나 깊이 묻어두려 했던 감정이었는지
무의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괜찮은 줄 알았니
꿈은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버텨낸다고 믿었던 마음들이
잠든 새벽을 흔들며 나를 깨웠다.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듯이.
흰 새벽
모든 소리가 멈춘 시간
나는 조용히 나를 되짚어본다.
정말 괜찮았던 걸까
혹시 내가 나를 속이고 있던 건 아닐까.
바쁨이 나를 지켜줄 거라 믿었지만
결국 가장 솔직한 얼굴로 나를 찾아온 것은
내가 지키고 싶었던 바로 그 마음이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괜찮은 줄 알았던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괜찮지 않다는 신호였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에서야
늦게라도 나를 다시 안아주는 시간을 배우는 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