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삶과 닮아 있는 지금 우리들

톨스토이 단편선 중

by 이제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다시 떠올리며 오늘의 기록을 남긴다.

이반 일리치는 법원 판사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 적당한 체면과 균형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상. 결혼 역시 사랑이라기보다 조건에 가까웠고, 아내의 지참금과 함께 시작된 삶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균열을 드러냈지만, 그는 그 불편함마저도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겼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거지.”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만족 속에 자신을 맞춰갔다.

아내와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다.
처음부터 깊었던 적이 있었는지조차 희미할 만큼, 그들의 말은 늘 일상적인 것들에 머물러 있었다. 집안일, 형식적인 안부, 필요한 말들. 그 이상으로 서로의 생각을 묻거나, 가치관을 나누거나, 함께 그려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거의 없었다.

공통의 관심사도, 서로를 더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도 없이 이어진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어쩌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점점 서로의 삶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같은 침대를 쓰면서도,
서로의 피부는 닿지 않았다.

그의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더 나은 자리로 옮기게 되면서 찾아온다. 새로운 직위, 더 나은 환경. 그리고 그에 걸맞은 집. 그는 그 집을 꾸미는 데 깊이 몰두한다. 가구와 커튼, 장식 하나하나까지도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기준에 맞추려 애쓴다. 그 과정 속에서 그는 분명한 만족을 느낀다. 마치 그 집이 자신의 삶을 완성해 주는 증거인 것처럼.


그러나 바로 그 집을 정리하던 중, 사다리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통증은 점점 깊어지고,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으로 그의 일상에 스며든다. 병원을 찾아가지만 확실한 답을 듣지 못한 채, 그는 점점 더 불안과 고통 속으로 빠져든다.

그 사이에서도 세상은 그대로 흘러간다. 동료들은 그의 자리를 계산하고, 친구들은 겉으로만 안부를 묻는다. 그의 고통은 점점 개인적인 것이 되어가고, 그는 서서히 고립된다.

그때부터, 그가 평생 당연하게 여겨왔던 삶의 방식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말 이렇게 사는 것이 맞았던 걸까.
이 모든 것이 의미 있는 삶이었을까.

하지만 그 질문조차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는 다시 자신을 설득한다.
“아니야, 다들 이렇게 살아.”
“나는 제대로 살아온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증은 점점 분명해지고, 그는 결국 자신의 병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책을 덮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건 단순한 죽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잘 살고 있다고 믿었던 삶’이 무너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나는 무엇으로 나를 채우고 있었을까.

겉으로 보이는 안정과 인정,
순간의 만족과 작은 성취들.
그것들이 과연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붙잡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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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 기업교육 강사이자 아마추어 성악도이며, 1인 기업 CEO로 활동중인 프리랜서이고, 엄마 입니다. 삶과 여성, 자기계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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