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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May 26. 2023

38. 시민 케인 (1941)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의 몰락한 삶

감독. 오슨 웰스

출연. 오슨 웰스, 조셉 코튼, 아그네스 무어헤드, 도로시 커밍고어, 루스 와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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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은 1941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흑백 영화로, 오슨 웰스가 각본, 제작, 주연까지 모두 도맡은 작품이다.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모를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위대한 영화 순위에서 몇 십년간 꾸준히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가 당시 25살이었던 그의 데뷔작이라는 것이다. 놀라운 미장셴과 정교한 스토리가 완벽하게 합을 맞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딥 포커스를 활용한 촬영 기술이 후대 영화에도 큰 영향을 미쳐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손꼽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로즈버드’라는 주인공 찰스 포스터 케인의 마지막 유언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마치 인터뷰하는 듯한 방식으로 풀어낸 영화의 구성도 큰 매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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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포스터 케인은 콜로라도 시골에서 태어났다. 우연히 받은 광산으로 벼락부자가 된 케인 가족은 케인에게 더 나은 성장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어느 재력가에게 광산의 운영을 맡기고 케인을 그에게 위탁한다. 25세가 된 케인은 재산 권리를 행사하며 그에게서 뉴욕 인콰이어러라는 신문사를 인수한다. 이전과는 다른 운영 방식으로 발행부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성공하게 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젊은 케인은 전형적인 능글맞은 미국인 재력가의 모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 물정에 대해 관심이 많고 약자의 편에서 그들을 돕는 정의로운 인물로 묘사된다. 또한 말솜씨가 좋아 주위 사람들을 이끄는 힘을 가졌으며,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밤을 새서라도 완벽하다고 느낄 때까지 진행하는 편이다. 그와 친하게 지낸 평론가 르랜드는 하루아침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그에게 감탄하며 대단한 인물임을 깨닫는다. 직원들도 그의 열정에 응답하여 자체 제작한 기념 트로피를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탄한 삶을 살 것만 같은 그도 야망으로 인해 몇 번의 시련을 겪는다. 언론재벌을 자리에 오른 그는 대통령의 조카와 결혼까지 하지만 업무와 여러 사교활동에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아내에게 소홀하고 급기야는 그녀를 통제하려 들기까지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오페라 가수 수잔을 만나 그녀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는 정계 진출을 선언한 그에게 큰 걸림돌이 된다. 선거 연설을 끝마치고 아내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그는 정치 라이벌로부터 협박을 받은 수잔이 아내에게 그가 왔었다는 편지를 보낸 사실을 알게 된다. 수잔의 집에서 결국 아내와 갈라서기를 선택한 그는 집을 나서는 라이벌에게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이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소리친다. 얼마 후 많은 언론에서 그의 스캔들을 다루며 민심을 잃은 케인은 몰락한 선거 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을 떠나 보내며 슬픈 모습을 보인다. 르랜드 또한 술에 취한 채 등장하여 그에게 실망한 듯 신문사를 떠나려고 한다.


수잔과 재혼한 케인은 그녀를 위해 오페라 극장을 짓는다. 애초에 노래에 대한 재능이 한정적이었던 그녀에게 평단의 시선을 좋지 않았다. 르랜드 또한 그녀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쓰다가 잠이 들었는데 케인은 그의 글을 직접 이어받는다. 잠에서 깬 르랜드는 케인이 당연히 그의 혹평을 대신하고 좋은 평론을 새로 쓸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케인은 보란듯이 르랜드 앞에서 그의 글을 이어받으며 그의 정직함을 뽐낸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지독하고도 무서웠던 장면 중에 하나였다. 케인이 아낌없는 지원을 했지만 잇따른 혹평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수잔은 케인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결국 그를 떠나고 만다. 그녀가 떠나고 일생동안 이룬 많은 것을 잃은 케인은 방을 깨부수기도 하며 정신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얼마 후 로즈버드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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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뉴스릴이 케인의 죽음을 알리며 그의 일생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한다. 약 15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케인의 인생을 소개하는 과정이 조금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지만, 형식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다. 영상을 내보내기 전 제작자들은 무언가 부족함을 깨닫고 톰슨이라는 직원에게 ‘로즈버드’에 대해 조사해볼 것을 요청한다. 그 후 톰슨은 케인의 측근을 만나며 앞서 언급한 그의 일대기를 되짚는다. 케인이 지은 대저택 제너두에서 로즈버드에 대한 마지막 힌트를 얻지만, 톰슨은 한 단어로 누군가의 일생을 표현할 수 없다며 케인이 얻을 수 없었거나, 잃어버린 어떤 것이라며 추측한다. 직소 퍼즐을 만지며 대사를 하는 톰슨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톰슨은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떠나고, 영화는 그가 모은 수집품을 보여주다가 ‘Rosebud’라고 적힌 눈썰매를 클로즈업한다. 그의 물건을 불에 태우던 사람들은 눈썰매 또한 불 속으로 던지고 만다. 영화는 검게 그을리는 썰매를 보여주며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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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이 왜 ‘시민’ 케인일까. 엄청난 재력가였던 그도 결국에는 자신의 야망을 이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잃은 채 외로움에 죽음을 맞이한, 세상 어느 사람과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한 사람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4년 전 작품을 처음 감상했을 때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로즈버드’는 분명 누군가의 인생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 힘들다는 교훈을 주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몰락한 인생을 대표하는 단어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초반에 보였던 케인의 모습은 호감형 인간 그 자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또한 사람들에게 특정한 이미지로 각인되기 위한 그의 치열한 계산으로만 기억되어 씁쓸함을 자아낸다.


역시 진실됨은 나 자신에게 떳떳한 경우 남들에게도 같은 진심이 전달되는 것 같다. 영화 내내 어두운 조명으로 등장인물의 얼굴을 아예 생략해버리는 대담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또한 본 모습을 가리고 생활하는 인간을 표현하는 듯하여 스토리와 잘 어울렸다고 느낀다. 이처럼 영화의 훌륭한 점을 글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민 케인>이 어마어마한 걸작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감상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다시 감상했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작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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