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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Jun 16. 2023

41. M (1931)

개인은 다른 누군가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감독. 프리츠 랑

출연. 피터 로어, 엘렌 비드만, 오토 베르니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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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랑 감독의 <M>은 아동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당시 독일에서 벌어진 실제 아동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그의 첫 유성영화로, 영화 중간 어색하게 들어간 사운드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집중력을 흐리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에서 범인 베케트는 거리에 혼자 있는 아이에게 친근하게 접근하여 아이에게 풍선과 사탕을 사준 뒤 유괴하여 살인을 저지른다. 영화를 보며 유사한 스토리를 가진 동화 <헨젤과 그레텔>이 떠올랐다. 남매를 과자 집으로 유인해 잡아 먹으려는 마녀가 영화에서 베케트로 완벽하게 대치된다. 이러한 동화적인 이야기를 성인용 스릴러, 범죄 영화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을 보면 흥미로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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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연쇄 살인마에게 잡히면 죽는다는 유행가를 부르는 아이들을 비추며 시작한다. 으스스하기 그지 없는 어두운 세트에서 무서운 가사를 명랑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아이의 모순적인 이미지가 초반부터 혼란스러운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어느 아주머니가 아이들에게 그런 노래를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데, 이윽고 학생들의 하교 시간이 되어도 아주머니의 딸 엘시는 돌아오지 않자 걱정스러워 한다. 영화는 거리에서 공놀이를 하는 엘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연쇄 살인마를 찾는 벽보를 클로즈업 한다. 곧이어 벽보에 비친 그녀의 그림자 옆으로 어떤 남성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엘시에게 능청스럽게 이름을 물으며 접근한다. 이 부분에서 그들의 만남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그림자를 활용하여 심리적으로 더 큰 공포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탁월한 연출이라고 느꼈다. 남자는 장님 상인으로부터 아이에게 풍선을 사주는 태연한 모습을 보인다. 다음 날, 아이의 살인 소식이 퍼지고 나자 시민들은 본격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아이와 함께 있는 남자는 누구든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 억울하게 시민들에게 잡혀가는 사람들과 다른 죄목으로 경찰에게 잡히지만 아동 살인마라는 오해를 사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은 커져만 가는 불안에 밤낮으로 일하며 범인을 찾는데 열중하지만 정부에서는 경찰정장에게 경찰의 사정은 모르겠고 빨리 범인이나 잡으라고 압박한다. 장관과의 전화 대화에서 구구절절하게 경찰들의 상황을 브리핑하는 경찰정장의 모습과 함께 그와 연관된 실제 상황 이미지들을 삽입하였는데, 다소 쓸데없이 구체적인 정보까지 나열하며 장관을 풍자의 대상으로 그리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한편, 경찰들은 빈민가를 급습하여 사람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태도를 또 한 번 엿볼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흐름으로 기득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선보이는 프리츠 랑 감독의 연출 방식에 감탄했다. 이어서 경찰을 멀리서 지켜보는 범죄 조직원들을 보이는데, 그들 또한 아동 살인마로 인해 자신들의 이득이 줄어 몹시 화가 난 상황이다. 영화는 의미 없는 회의를 진행하는 조직원과 경찰의 모습을 교차 편집하여 보여주며 두 조직이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다. 범죄 조직원들은 거리의 노숙자를 꼬드겨 사람들을 감시하도록 하고, 경찰들은 정신병원에서 나온 위험 대상자들을 전수 조사하기로 한다.


세무서 직원으로 변장한 경찰은 베케트의 집에 들어가서 수상함을 눈치 채고, 결국 여러 증거를 통해 그가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임을 확신하고는 그의 집에서 대기한다. 동시에, 외출을 한 베케트는 우연히 장님 상인 앞을 다시 지나가게 되는데, 상인은 엘시가 없어지던 날 들었던 그의 휘파람 소리가 다시 들려 소스라치게 놀란다. 곧이어 근처 남자를 통해 베케트가 어떤 아이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서둘러 그를 쫓으라고 소리친다. 남자는 베케트를 뒤쫓다 아이에게 오렌지를 까주려고 칼을 꺼내는 베케트의 수상한 모습을 보고는 지나가는 행인인 척 그를 밀치며 그의 등에 손바닥에 미리 칠해두었던 ‘M’자를 표시해둔다. ‘M’은 독일어로 살인자 라는 뜻인 ‘Mörder’ 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손바닥에 ‘M’자를 그리는 장면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영화의 포스터로도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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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수상함을 느끼며 아이에게서 도망치지만, 소식을 접한 범죄 조직원들에 의해 쫓기다가 한 건물에 숨게 된다. 조직원들은 새벽에 건물을 급습하여 결국 다락에 숨은 남자를 찾는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에게 들켜 한 조직원이 붙잡히게 된다. 조직원은 자신을 살인 혐의로 협박하려는 경찰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들이 찾던 인물이 살인마라는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그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강력계 형사 로만 경감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영화는 범죄 조직의 근거지에서 수 많은 조직원들을 마주하며 자신에 대한 항변을 하는 베케르를 보여주는데, 그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조직원들의 매서운 태도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 자신의 정신적인 결함을 어필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이미 광기어린 시선으로 그를 심판하는 조직원들은 그를 죽이기 직전까지 몰아간다. 이 때 그의 변호인으로 뽑혀 베케르 옆에 있던 남자는 사람들에게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베케르를 심판할 자격이 없다며 그를 죽이기 보다는 법적인 방법대로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이성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맹비난하며 베케르를 죽이기 위해 달려오는데,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달려오던 사람들은 항복의 의미로 두 손을 든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꼼짝 못하고 마는 범죄자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고, 변호인이 말한 범죄자들이 과연 다른 범죄자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가장 충격적인 답변을 그린 것 같아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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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피해자들의 우려 섞인 대사를 보여주며 마무리한다.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범죄자도 경찰도 아닌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영화에서 경찰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하지만, 범인을 잡은 것은 일반 시민들로 경찰에 대한 감독의 부정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과연 범죄자들이 범인을 잡게 만듦으로써 과연 일반 개인은 죄인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입체적 구조를 띤다. 한 대 맞은 듯한 인상적인 연출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생각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프리츠 랑 감독의 대단한 영화적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뛰어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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