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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Feb 07. 2020

마케터가 만난 브랜드 8

오브젝트 편

요즘 내 일에서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컨셉진이 100년 가는 브랜드가 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컨셉진 외에도 이런 꿈을 가진 많은 브랜드들을 독자분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중에서 단연 우선시되는 목표는 첫 번째다. 나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컨셉진 식구들 전체의 바람이기도 한 이 공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요즘 참 다양한 책과 사례들을 연구하고 있다. 그 연구에서 톡톡히 도움이 되는 것이 컨셉진 속의 브랜드 기사다. 매달 하나의 주제에 맞춰 그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브랜드를 만나는 과정 속에서, 좋은 브랜드의 장점들을 끄집어내어 우리 속에 흡수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잡지사 마케터가 만난 브랜드] 일광전구 편

[잡지사 마케터가 만난 브랜드] 톤28 편

[잡지사 마케터가 만난 브랜드] 트레바리 편


이전 마케터 일기에서 언급했던 브랜드들이 바로 그 좋은 예다. 하나같이 만나기도 전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브랜드. 그래서 만나면서도 ‘역시’라는 말을 하면서 만난 브랜드들. 근데, 생각해보니 스무 개도 넘는 그 많은 브랜드 중에서 의외였던 브랜드가 있었다. 바로 컨셉진 70호에서 만난 오브젝트다. 지금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브랜드지만, 오래 전 개인적으로 처음 오브젝트를 마주했을 때는 그냥 신기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컨셉진 70호 취재를 위해 직접 그들을 만나고 나서는 그 의문이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물음에 반증이라도 하듯, 오브젝트는 이미 창작자들의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니까. 오늘 마케터 일기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돈 못 벌 것 같았던 그들이 오래가는 이유]


1. 발견의 철학


오브젝트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좋은 브랜드를 발견하고,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나아가서는 육성하기도 한다. 좋은 기업의 제품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고, 가능성 있는 개인 창작자를 발굴해서 성장시키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이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와 C2C(consumer to consumer, 개인이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가 혼재되어 있다고나 할까.


플랫폼 사업에서 특히나 중요한 것은 이 발견의 안목이다. 될성부른 떡잎들을 알아보는 눈이야말로 플랫폼에서 가지고 있어야 할 핵심 역량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안목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책에 나와 있지도 않은 이 불가침 영역의 능력.


어떻게 이런 것이 내재되어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그들의 인터뷰 답변에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철학이다. 오브젝트는 이 발견에 대한 철학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가능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우선시하고, 반드시 Made in Korea여야 하고, 판매 중인 다른 브랜드들과 성격이 겹치지 않아야 하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이어야 한다.’ 등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촘촘하고도 구체적인 기준이 존재한다면, 보다 조금 더 쉽게 좋은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좋은 것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의 첫 번째는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 사람이나 브랜드나 유념해 둘 점이다.



2. 모노폴리Monopoly


오브젝트 상품 중에는 거기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작가들의 미완성 습작들이다. 좋은 아티스트나 브랜드를 발견한 뒤 오브젝트는 그들의 성장 과정에서 생겨나는 제품들을 판매하며, 그들을 응원한다. 흠이 있거나, 좋지 않은 제품이 아니다. 다만 작가들이 “바느질 기술이 아직 부족해서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했어요.”라고 솔직하게 적어 디스플레이한 제품이다. ’원래는 좋은 건데 이런 흠집이 있으니 할인을 해준다.’고 포장하지 않는다.


이런 제품들이 바로 다른 곳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독점’ 제품이 되는 것이다. 오래된 광고 카피 글에서 흔히 등장하던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라는 것을 요즘 시대에도 은근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나 같아도 당장 뭔가 유니크하고 실용적이니 제품을 사고 싶으면 오브젝트를 들르고 있으니, 설명은 끝난 것 같다. 언제부턴가 독점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만 사용되고 있지만, 오브젝트에서는 이 단어가 반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3. 내부 홍보


사실 마지막의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 어딜 가든지 모든 일에는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잘 실천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파트너십이다.


*출처 

1)김태균, 플랫폼 비즈니스 이론 기반의 모바일 플랫폼 성공 및 실패요인도출을 위한 사례연구, 연세대학교 대학원 논문, 2015.

2)카카오 브런치 <플랫폼 비즈니스의 종류와 전략- 플랫폼 비즈니스 성공전략> 유승재



특히 오브젝트는 이 관계를 ‘선순환’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하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직원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직원으로 계약하며, 그들도 내부 고객으로 인지하고 대하는 태도를 신경 쓴다.

또한 그 직원들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브랜드를 친구처럼 편하게 관리한다. 이메일이 아니라 카톡 등으로 선반 사진이나 재고 현황 같은 것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날의 상황이나 감정 등을 추가로 이야기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가 ‘남’이 아니라는 것을 브랜드와 작가들에게 적극 어필한다. 친근하게 대하는 만큼 브랜드의 제품들을 잘 관리하고, 때에 따라서 전시회나 행사 등으로 알리기도 한다.


물론, 외부 고객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현명한 소비’를 알린다. 좋은 브랜드를 모아 놓았으니 맘껏 흥청망청 써보라고 말하지 않고, 물건을 오래 쓰고 다시 쓰는 것에 재미를 느끼도록 알려준다. 오브젝트를 보면, 마치 전체적으로 하나의 생태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놓고, 오브젝트는 끊임없이 그 세계를 넓혀갈 작가들과 브랜드, 소비자들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10만 명, 20만 명이 한꺼번에 구입하는 대형 플랫폼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쉽게 불타올랐다가 없어져 버리는 많은 브랜드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오늘’ 우리 브랜드의 모습은 그동안 쌓아왔던 ‘어제’들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걸 생각한다면 하나의 프로젝트도, 하나의 관계나 제품들도 결코 허투루 만들거나 진행할 수 없다. 오브젝트 또한 그렇게 차근차근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나고 보니 더 좋았던, 그리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오브젝트. 먼저는 그들이 더 좋은 모습으로 커가고, 또 그들을 통해 좋은 브랜드들이 더욱더 많이 세상에 소개될 수 있는 선순환이 계속 일어났으면 좋겠다. 컨셉진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마케터 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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