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ER PALACE] Beijing, 2008. 01. PHOTOGRAPH by CHRIS
"해는 지는 것이 가장 아름답듯이 와인도 시들기 시작하기 전에 가장 눈부신 빛을 발한다. 너의 출항은 언제일까? 내가 여기를 떠났듯이 너도 언젠가 항구를 뒤로하고 언제 끝날지 모를 긴 여행을 떠날 때가 올 테지."
《신의 물방울(Les Gouttes de Dieu) 樹林 伸》
삶은 머나먼 여행의 과정과 같다고 누가 그랬던가. 멀리서 마음의 흐름을 바라보니 폐부를 짓누르던 조급한 문제들은 하나의 그림이 되어버린다. 바쁨을 강조하고 나를 갉아먹으며 슬픔을 부르는 우울한 풍경화를 바라본다. 거칠게 살아가도 내 안의 파동은 잊지 말자고 했건만 바보처럼 심장이 멈춰버렸다고 울고만 있었다. 죽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있었는데…
항해 중에는 스스로 흘러감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보일 땐 눈앞의 시간을 먹으며 달려야 한다. 멈추고 바라보고 음미하고, 그렇게 천천히 세월을 먹어가련다. 세상을 부드럽게 안을 때까지 걷고 싶다. 진한 커피 향기가 퍼진다. 와인빛 석양에 기대어 커피 한 잔에 추위를 녹인다.
2008. 1. 28. 土. 北京颐和园
여유가 사라져 있을 땐 나를 찾으러 다니던 여행 중의 기록을 살펴본다. 힘든 시간이 다가오면 힘들었던 순간을 지나고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글이나 그림들 속으로 눈길을 던진다.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라.”
그 누구의 위로보다 자신의 이야기가 진실한 충고가 되는 것은 통감의 날들을 직접 겪으면서 지난 삶을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체력이 방전됐는지 눈을 감을 수 있는 시간엔 졸음을 참지 못했다. 겨울의 햇살이 사방에 가득했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에 반사된 머리칼이 눈부셨다. 금빛이 바래서 하얗게 나이가 들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질 땐 멀찍이 떨어져서 변화하는 세상을 바라본다. 삶은 굽이굽이마다 예측할 수 없는 선물을 숨겨두곤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듯이, 그림으로 말로 글로 형상으로 표현하는 거대한 이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후회 없이 편안하게 떠나갈 수 있도록 와인빛으로 진하게 우러나오는 인생을 음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