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tted essence of reality] PHOTOGRAPH by CHRIS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될 거예요."
"그러고 싶은데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 목소리가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아침이잖아요. 아침."
입을 닫고 있다가 갑자기 말을 하면 목소리가 갈라진다. 목젖은 눈꺼풀의 변형이 아닐까? 목에서 누워있던 성대도 잠에서 깨면 기면의 눈을 뜬다. 사람들은 말을 내뱉으면서 얼마나 진심이 담긴 말을 비추고 있을까. 공신력 있어야 할 이야기는 감독할 대상을 방치하고 있고, 뭉클한 정이 담길 사연들에는 무의미한 낱말이 배열되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연설이나 대화라고 부른다. 감정이 해체되어야 흥미로울 시선들은 사랑과 이별이란 재현드라마를 흔한 사건의 동조로 감상하기를 즐긴다. 잡지 않아도 흘러가는 건 시간이었고, 상처를 내기 전에 움직였던 당신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미동하지 않을 장소에서 자주 흔들린다. 눈을 뜨면서도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잠을 청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는 꿈을 꾸었다. 손님이었던 난,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주민으로 정착한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그들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았다. 잠시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전화를 받았다.
2005. 12. 4. SUNDAY
꿈같은 이야기를 내뱉고 싶을 때가 있다. 언젠가의 일을 드러낸다고 해도 썩어버린 현실에 창피하지 않을 것이고 뜬금없는 발설에 속 깊은 이유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동그란 눈을 뜨면서 적나라한 비난을 감출 것이다. 외면은 완벽하지만 곪아 문드러진 마음을 추스르고서 비밀스러운 언어로 당신에게 다가간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해석할 수 없는 그대는 옅은 미소를 그리며 다정하게 귀를 기울인다. 매끄러운 인간의 몸을 얻었으나 진실한 소리는 침묵하게 되었던 인어공주는 투명한 포말이 되어 바다 위에서 흩어졌다. 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땐 까맣게 슬퍼하지 말고 태어났던 곳으로 가벼운 향기를 흘리며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