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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Nov 22. 2024

BREAD HEAD, THE BEGGING LIFE

구걸하는 인생과 지우개 머리 사이에서

[A Bread Head From Somewhere]


 바게트(Baguette)를 산다면 긴 머리칼 사이에 둘둘 말고 집에 와야겠다. 특히 프랑스의 어느 빵집에서 산다면! 멋진 장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진을 보다 보니 구중궁궐에 갇힌 중국의 옛 후궁들이 떠오른다. 황실의 화려한 노리개. 남자에게 대롱대롱 매달린 여자. 언제든지 귀찮으면 한방에 떼어버리고 싶은 거추장스러움. 빵을 버는 것은 나를 장식하는 구걸일까? 남에게 손을 벌리는 구차함이 싫다면 <이레이저 헤드 EraserHead>가 돼야 할 것이다. 인간의 머리는 삶을 지우개로 지우거나 생을 연명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2005. 12. 12. SATURDAY



 일을 저질러놓고 수습하는 경험은 평소와는 다른 용기와 의무감을 부여한다. 귀찮아도 일어나야 하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마음이 다른 방향으로 버팅기고 있으면 결정의 순간이 다가올 때는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초침까지 울려 퍼진다. 갑자기 엄습하는 불행이나 전운의 공포와는 다르다.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나 당시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뒤섞인 자기 구박과도 비슷하다. 내일은 알 수 없기에 무엇이든 시도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결과도 없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빵 벌기가 쉽지 않구나 토닥거린다. 모든 것을 한순간에 지워버리거나 뒷걸음질 치기엔 그동안의 노고와 애씀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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