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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Mar 20. 2024

양평살이

전원주택 입문기(4)


양평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원주택을 지어서 입주를 했냐고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4년 전에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구입해 둔 땅이 해결되어야 될 문제가 아직 좀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양평에 일단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습니다.


2023년 10월 30일,

2년 동안 잠시 거주했던 남양주를 떠나 양평역 인근에 있는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를 했습니다.



남양주에 사는 2년 동안 양평땅에 전원주택을 지어 인생 2막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세상살이가 마음먹은 대로 그리 잘 되지 않더군요.


사람들마다 제각각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보니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사시점에 맞춰 집을 구해 다행이긴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1990년 5월결혼을  신혼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34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 기간 동안 이사한 횟수를 세어보니 10번이나 이사를 했습니다.

평균적으로 거의 3년에 한 번 이사를 한 셈입니다.

한 곳에 십 년을 산 적도 있고 일 년에 세 번이나 이사를 다닌 적도 있더군요!!

경기도 고양시에서 경상북도 안동으로, 다시 고양시돌아왔다가 몇 개월 후에 부산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일 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생활환경을 세 번씩이나 바꿔야 했던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서로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알게 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1993년도에 일산 신도시 아파트를 처음으로 분양받아 입주한 이후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초기 아파트에 입주를 할 때면 새것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불편한 점이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자도 눈에 많이 띄고 아파트의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이 미흡한 상태라 커뮤니티시설도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입주가 안된 빈 집들이 많아 썰렁한 기운도 감돌고 가끔씩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근 40년을 살다가 양평군에 이사를 와서 보니 낯설기도 했지만 은근한 설렘도 있었습니다.

양평에 20년 이상을 살았던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양평은 봄부터 가을까지 8개월은 정말 살기 좋아!!"


아마 양평군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제 몫을 다하는 계절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양평읍내의 산세를 보면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고 있습니다.



북쪽으로 높이가 1,100미터가 넘는 용문산과 준봉들이 있고 남쪽으로는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온 세상이 초록으로 생기를 뿜어 내는 봄,


깊은 계곡의 맑은 물에 더위를 날려 보낼 수 있는 여름,


그리고 주변 산이 단풍으로  빨갛게 물드는 양평의 가을풍경은 굳이 직접 보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초겨울인 10월 말에 이사를 와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4월이 목전에 있으니 양평에서 처음 맞는 봄이 은근히 기대가 되긴 합니다.


양평살이도 이제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동네의원도 정했고 주변에 간단히 장을 볼 수 있는 마트도 찾았습니다.

지인들이 추천하는 식당들도 가보고 5일마다 서는 양평오일장도 자주 갑니다.

서울에서 모임이 있는 경우에 승용차보다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 미용사를 만나 이발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 깎지 않을까?" 하는 큰(?) 걱정도 사라졌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늘 들었던 도시의 상시소음도 이제는 견딜만한 수준으로 낮아진 듯합니다.


양평살이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곤 있지만 직접 와서 살아보니 아쉬운 있습니다.


양평읍내가 그리 크지 않아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볼 일을 니다.

주차걱정이 없어 차로 다니는 것보다 편리한데 읍내에 안전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도로로 가면 차가 빵빵거리며 위협하고 도는 좁고 울퉁불퉁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양평을 자전거 특구라고 하더군요.

남한강변 자전거길을 제외하면 양평군내에 자전거 도로가 전혀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사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외지인 라이더뿐만 아니라 양평군민을 위한 자전거 특구가 되기 위해선 읍내에 안전한 자전거길 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한강변 자전거길을  읍내로 자연스럽게 유입하자전거를 이용하는 외지인들로 인해 양평군 살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외지인이 스쳐 지나가는 양평이 아닌 머물러 쉬어갈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합니다.


양평군 또 하나의 모토가 발 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양평입니다.

남한강변 산책로에 큼지막한 글씨로 곳곳에 쓰여 있더군요.



누구의 발 길이 닿는 곳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개발을 한답시고 산중턱을 볼썽사납게 파 헤쳐 자연경관을 헤친 곳이 많고 도로는 주변 토지에서 흘러내린 토사와 먼지로 인해 깨끗할 날이 없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 도시에 비하면 양평은 도시환경이나 도로관리가 거의 방치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자전거 특구,

발 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도시,

헬스케어 힐링특구 등 멋진 구호만으로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치단체는 구호에 걸맞은 기반시설들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조성하고 내 주변은 스스로 깨끗하게 정리하겠다는 군민들의 의식이 하나로 모아질 때  비로소 좋은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천혜의 자연환경도 사람들의 관심과 손길이 닿아 가꿔질 때  빛을 더욱 발하게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첫인상이라고 합니다.

도시도 마찬가지겠지요.

처음 방문한 도시가 마음에 들고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첫인상이 중요합니다.

도시의 첫인상은 무엇일까요?

그 첫 시작은 깔끔하고 왠지 정돈된 느낌이 드는 도시라고 생각을 합니다.


몇 개월 전에 전라도 순창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고추장마을에 고추장을 사러 갔다가 점심밥도 사 먹고 군립공원인 강천산도 둘러봤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순창시내에 들러 가족들에게 설 명절 선물로 유과도 몇 박스를 샀습니다.

이방인이자 첫 방문객인 우리 부부에게 순창의 첫인상은 정돈되고 편안한 도시 그 자체였습니다.

다시 한번 가고 싶은 도시로 순창은 우리 부부의 마음속 깊이 남았습니다.


양평도 방문객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는 그런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첫 술에 배 부르지 않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습니다.

"머물고 싶고 살고 싶은 양평"을 만들기 위해 나부터라도 한걸음을 내어 디뎌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기족들의 염원이 담긴 멋진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그날도 빨리 왔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2024년 3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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