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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May 28. 2023

아침을 깨우는 소리

미쉐린 가이드  쓰리스타



"딸깍~~~츠츠츠츠츠....."


"딱딱딱딱딱딱딱..........."


"쏴~~~아,  뚝   쏴~~~~아,   뚝"


"달그락, 달그락~~~쨍.   덜그럭, 덜그럭~~쨍"




아침부터 부엌에서 나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스불을 켜는 소리와 함께 도마질하는 소리.

뭘 준비하는지 모르겠지만 물 내리는 소리, 설거지와 접시 부딪치는 소리에 잠이 훌쩍 달아나 버렸다.




오늘은 5월 28일 부처님 해피버스데이 다음날 일요일이다.

현재 파견근무 중인 회사의 창립일이 26일이라 석가탄신일 대체휴일로 4일 연휴의 세 번째 날이다.


연휴 첫날은 결혼 33주년 기념으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완전 꽝".



인터넷 블로그의 호평은 역시 믿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자카야 식당에 들어가 분위기를 본 순간 사실 나가버릴까 고민을 했다.

그래도 먼 곳까지 왔고 다른 곳을 찾기도 애매한 시간이어서 그냥 주문을 했는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다음부턴 식당추천은  자식들로부터 받는 걸로 의견통일.


둘째 날은 아내가 한의원 진료받으러 갔다가 휴무로 발걸음을 허탕치고 오후에 김포에 있는 유명아울렛에 들렀다.

오랜만에 여름 남방을 장만하고 모자도 샀다.

비가 내려 조금 어수선하기는 했지만 신발 A/S도 맡기고 나름 맘에 드는 옷을 골라 기분 조금 Up.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산에 있는 고깃집에 들러 돼지님 고기모둠에 소주 한잔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셋째 날  이른 아침.

아침을 깨우는 소리와 더불어 어제처럼 오늘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휴일 아침은 간단히 하는 걸로 아내와 암묵적인 의를 했는데 오늘은 뭔가 단단히 준비하나 보다.

점심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건가?

이불을 걷어차고 크게 기지개를 켠 다음 방문을 열고 나가 시계를 봤다.


8시 34분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라 그런지  주방에서 일찍부터 아내가 아침거리 준비로 분주하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큰 냄비가 올려져 있고 조리대 앞에서 아내의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아내가 요리를 할 때 내가 할 일은 거의 없다.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는데 집사람이 도움을 요청한다.

가까이 가서 보니 콘수프를 준비하고 있었다.

옥수수를 푹 삶아서 알갱이를 으깨어 체에 거르고 있었다.

유달리 옥수수를 좋아하고 목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남편을 위한 특급 아침요리준비.

내 역할은 거름체 들고 있기.

그래도 뭔가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함이 생긴다.

준비된 조식상에 스푼과 잼 그리고 버터 바르기용 나이프 준비는 나의 몫.

드디어 아침준비가 끝났다.




오늘의 아침요리 메뉴.


ㆍ파슬리가 얹힌 따뜻한 콘수프.

ㆍ아내가 직접 만든 프랑스 정통 바게트

ㆍ아내의 친한 언니가 직접 만든 사과 잼.

ㆍ카야 잼과 발효버터.





조금 거친 듯하면서 부드러움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 바게트에 잼과 버터를 먼저 바른다.

바게트를 한 입 베어 물고 콘수프 떠먹기.

왕숙천에 내리는 마지막 봄비를 보며 따뜻한 콘수프와 함께 먹는 프랑스 정통 바게트.

소박하지만 이보다 더한 아침 식사는 없을 듯하다.


따뜻한 아침을 시작으로 내친김에 아내가 오후에 만든 호밀식빵과 맛깔 진 갈비탕으로 저녁상을 차렸다.



결혼 33주년의 제대로 된 상차림은 결국 아내의 몫이  되었다.

그렇지만 어느 해 어떤 음식점 요리보다 내게는 멋진 요리였다.


오늘의 요리는 미쉐린 가이드 ***(쓰리스타급)

입니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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