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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작 Jul 01. 2023

목문 뒤의 교토

     "살면서 말이야. 가장 기억에 남는 년도가 언제야?", "올해가 아닐까?"

    저마다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것들이 다르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부부라도 말이다.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이 꽤나 오차 없이 동일할 때, '우리는 가족이구나.'라는 생각이 재차 나를 둘러싼다. 아내와 나의 공통된 추억, 목문 뒤의 교토.




하루카에서 본 풍경


    일본에 대한 예습은 이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접했지만, 그 '나'는 내가 아닌지라 공항에서부터 진짜 아내와 나의 일본나라답사기가 시작되었다. 어설픈 일본어를 곁들이며, 음정을 최대한 낮춰 발음이 살짝 뭉개지도록 하여 대화를 시도했다. 충분했다. 그들은 우리의 말을 알아들었고, 우리는 그들의 말을 알아먹었다.


    공항을 나와, 오사카에 위치한 텐동을 먹는 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눈앞에서 튀김이 만들어지고 기름 냄새가 역하지 않았다. 기름진 것을 힘들어 하는 일상의 아내와 나에게 텐동은 어렵지만, 이곳은 달랐다. 만일 다시 이 텐동집 부근을 지나게 된다면 두말없이 줄 서 먹을 것이다.




텐동


    짧았던 여정. 가장 많이 쓴 말이 당연 あのすみません이 아닐까? 우메코지교토니시역 부근 호스텔에서 묵은 우리는 첫날 저녁 너무나 일상적인 주택가에 있는 단출한 식당을 향했다. 정말 현지인들만 있는 곳, 아내와 나는 철저하게 이방인인 곳. 해는 이미 졌고, 전날의 여행 준비와 비행, 여러 동선들로 인해 지쳤고 그런 상황에서 이방인들을 향한 그들의 눈빛은 전주에 있는 조선태조어진을 몇 초간 뚫어지게 본 직후의 감정과 유사했다.




아네야코지 거리


    이노다 커피를 가기 위해 나섰다. 누군가 나에게 커피에 대해서 아냐고 물으면 "커피는 몰라도 제 취향인 커피는 잘 알아요."라고 말한다.


    아내의 추천으로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커피 맛있겠다."

    "여기 맛있었어. 브런치가 정말 최고야."

    "계란, 베이컨, 교토는 빵이지. 배고프다."


    아침 겸 점심이 브런친데, 우리는 여유를 부리고 말았다. 메뉴판을 열었고 7시부터 11시까지만 판매가 되는 브랙퍼스트를 발견했다.

    "어? 브런치? 브랙퍼스트? 브런치라며? 왜 늦었네?"

    "어? 어쩌지? 다른 거 먹어 보자."

    "아쉽네. 어쩔 수 없지."

    "다른 것도 분명 맛있을 거야."

    "이야, 35년 동안 먹어본 토마토 스파게티 중에서 최고다. 아, 당신이 해 준 거 말고 파는 거 중에서."


    정작 커피를 마시러 간 그곳에서 커피를 마실 생각을 못하고 식사만 배불리 하고 나왔다.




(좌) 이노다 커피 샌드위치 (우) 이노다 커피 토마토 스파게티

   

    일본의 천년 수도, 교토. 고즈넉하고 예스러웠다. 너그러웠고, 온기가 있었고, 교토를 떠올리면 포근함이 생각난다. 그리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강한 기억, 나무로 짠 문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아내와 내가 향한 많은 곳들에서 접했던 목문들은 목문 뒤의 교토와 교토인에 대해 여전한 호기심을 남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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