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달려있다
백종원이 말했다. 메뉴 수를 줄이라고. 워런 버핏이 해준 조언도 이와 비슷하다. 할 일 목록을 25가지를 쓰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리고 상위 5가지를 다 할 때까지 나머지 20가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우리 삶의 메뉴판은 종류가 너무 많다. 지금 필요하고 사용할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쓸 것 같은 것들을 모으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디에 두었는지 잊는다. 이사를 가거나 자리를 옮길 때가 돼서야 언제 이렇게 쌓였나 싶다. 계속 물건을 쌓아만 둔다. 물건뿐만이 아니라 하는 일, 생각, 관계 등도 마찬가지다.
'생존 비우기' 열풍이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도 한 몫했다. 여백의 미를 위해서 라기보다는 내가 머무는 공간을 잘 정돈하고 내게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길수록 그것에 더 집중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에센셜리즘과 같다. 에센셜리즘이란 '더 좋은 것들을 추려내어 그것들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어렵게 생각하고 전부 버려야 한다고 오해한다. 미니멀은 최소한의 것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내게 중요한 것을 알고 선택하는 것이다. 왜 미니멀을 해야 하는가? 맥시멀 리스트였던 내가 미니멀을 실천하고 느낀 좋은 점 3가지다.
1. 진짜 중요한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메뉴 수가 많은 곳은 맛집이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더 깊어진다. 패션도 너무 많은 색의 조합은 포인트를 가린다.
2. 쓸데없는데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시간과 자원은 유한하다. 내게 진짜 필요한 것을 알고 선택할 때 돈도 시간도 꼭 필요한 곳에 더 쓸 수 있다. 무언가를 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없다.
3. 주도적으로 살아간다는 느낌을 갖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위의 두 가지 이유가 합쳐진 결과다. 내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만 선택한다. 중요한 일에 방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과 소유하는 물건들을 내 가치관에 따라 확신을 갖고 선택한다. 내게 좋은 선택만 하므로 만족감이 높다.
맥시멀 리스트로 살아오던 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적어도 나중에 후회하는 선택과 구매는 없다. 아무 기준 없이 소비하거나 물건을 쌓아두지 않는다.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 일, 습관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행동에도 관성이 있어서 변화는 늘 어렵다. 나도 미니멀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함께 미니멀을 실천하는 한달어스 커뮤니티에서 한달 동안 하루에 한 가지씩 정리했다. 범위와 분야를 하나씩 정하고 실천하니 30일 뒤에 내 자리와 공간은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옆자리 동료는 내가 퇴사나 자리 이동을 준비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미니멀이 필요한 분야는 많다. 컴퓨터를 할 때 열려있는 창이 많을수록 하던 일을 다 못할 확률이 높다. 당연하고 익숙하게 살아오던 행동 패턴과 사용 양식들을 하나씩 점검해보자. 더 만족스러운 내 삶을 위해서.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놓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에센셜리즘> p.22
* 참고 기사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코로나 집콕'하니 설레도 버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