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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수진 Sep 09. 2023

나는 시인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온 가족이 다 같이 영남루의 야경을 구경했다. 자전거에 스피커를 달고 반주를 크게 틀고 지나가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아기는 음악이 나오자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이 오른 할아버지는 반주에 맞춰 무선마이크로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순식간에 관객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이런저런 거추장스러운 과정 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적 흥을 발산하는 콘서트를 시작했다. 오디션, 데뷔, 곡 받기, TV출연 따내기 등등은 모두 생략하고 바로 가수가 되었다.

  내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는 사람들은 정교사인지 아닌지를 궁금해했다. 기간제교사들 사이에서는 3개월 계약인지 방학까지 포함한 1년 계약인지가 중요했다. 남편이 삼성중공업에 다닐 때는 사람들은 직영인지 하청인지 알고 싶어 했다. 물론 나는 기간제교사였고, 남편은 직영이었다. 시 쓰는 일도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냥 혼자 시를 쓰는 시인도 있고 작은 계간지를 통해 데뷔한 시인도 있고 시집을 자비로 낸 시인도 있다. 출판사에 투고해서 내거나 제안을 받고 내는 시인도 있다. 굵직한 신문사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도 있다. 이들 모두 시인이다. 나는 혼자 쓰는 시인이다. 각자는 각자의 시간을 경영해 나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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