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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Aug 14. 2023

일상 속 작은 행복 찾기

행복한 오늘 되길

요즘, 난 삶에 일어나는 작은 불행보다 행복 찾기에 나섰다.

살다 보니 삶은 행복과 불행의 연속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더 많은 눈길을 주고 더 많은 마음을 쓰냐에 따라 불행한 삶, 행복한 삶이 나뉜다는 걸 느꼈다.

삶 속에서 자잘하게 일어나는 불행에는 눈길을 주지 않아야겠다 다짐했다. 행복은 더 크게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금은 긴 병가를 쓰고 햇살이 내리쬐는 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시원한 백화점 공기를 느끼며 친구와 유유자적 걸었다. 한 결 같은 내 친구. 그가 일상에서 느끼는 그런 행복을 전해 들으며, 그 친구와 자잘한 쇼핑을 한 그날 난 행복했다.

나이가 들어 서로 무르익는 걸 지켜볼 수 있는 친구가 존재한다는 것에. 한낮의 나들이에 동행할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그렇게 쇼핑을 하며 눈에 들어온 니트 반팔 한 장. 회사에서 유일하게 내게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떠올랐다. 맑음에서 오는 단단함을 가진 사람.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릴 니트티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가 웃을 생각을 하니 마음속 작은 행복이 떠올랐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좌석에 앉아 멍하니 여유로움에서 오는 행복을 곱씹었다.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빨래를 개고 집안 가득 풍기는 향긋한 냄새를 만들고 일에 지쳐 돌아온 남편을 위해 불고기를 하며 다시금 행복함을 느꼈다.

그간, 참 치열했다. 모든 게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더 나은 나를 위해, 미래를 위해. 그 치열함 속 나는 분명 성장했다. 하지만, 조급함에 나를 너무 몰아붙였다.

이에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한동안 강제로 와상 생활을 해야 했다. 그 시간 누워 가만히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 어루만짐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는 날, 다짐했다. 더는 너무 치열하지 않기로. 삶의 초점을 불행 극복이 아닌 행복 찾기에 두기로.

언젠가 어떤 어른이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마.”

그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열심히 해야지만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일도, 사람도, 사랑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 누구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삶이 느슨해졌다 싶을 땐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순간순간 최선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의 말이 이해가 된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열심히는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이었어야 했다. 열심히해 학벌주의인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어야했다.


일을 열심히 한 대가는 ‘일’이었고, 조금이라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순간 돌아오는 건 ‘화’였다. 그걸 거스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압박을 가해왔다. 사람 관계를 열심히 한 대가는 ‘오만가지 인간 군상’이었다. 좋은 사람도 내게 있었지만, 와중 악의를 가진 이들도 너무 쉽게 내 곁에 머물렀다. 열심히 하지 않는 순간 악의를 가진 사람들은 곧 속내를 내보였고 그 악의에 상처받는 것도 나였다. 좋은 사람은, 결국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은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도 그렇게 내 곁에 있어줬다.

사랑에 열심이었던 나는 결국 내 열심만큼 상대에게 바라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가 내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면 바로 서운함을 내보였다. 그렇게 열심히 한 사랑은 흔들렸다.

사랑, 내가 내려놓고 그저 함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하니 대가를 바라지 않게 됐다. 대가를 바라지 않으니 서운함도 없다. 서운함이 없으니 싸울 것도 없다. 그렇게 사랑은 흔들리지 않고 추억만 켜켜이 쌓여가는 중이다.

조금은 내려놓고 작은 행복을 보기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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