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명예훼손 목적이 아닌, 결혼 준비를 하는 이들이 피해 입지 않도록, 공익 목적으로 작성하는 글임을 밝힙니다.>
남자의 웨딩드레스. 예복. 가격대는 천차만별. 그래도 좋은 걸로 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 결혼 과정에 유일하게 온전한 내 돈으로 내 남자를 위해 해주는 건데, 대충 해 입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플래너에게 연결을 부탁했고, 청담에 위치한 슈트###이란 곳을 방문했다. 상담 과정은 꽤나 길었고 선택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리고 1차 가봉, 늦은 퇴근으로 가봉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후기 작성으로 받게 된 서비스 셔츠만 골랐다.
그리고 3월 1일. 2차 가봉일 우리를 응대하던 사람은 없었고, 우리에게 옷만 준 채 사라진 직원. 우리끼리 옷을 갈아입고 한참 멀뚱히 서있었다. 역시, 돈 다 받으면 더 이상 서비스는 없구나. 새삼 느끼며.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한 직원이 나타났다. 문제없냐는 말에 없다 하니 가져가면 된다고 부랴부랴 짐을 싸줬다.
당일, 계약서를 안 가져갔는데 뭔가, 우리가 시킨 게 더 있던 거 같은데 싶은 찝찝한 마음에 계약서 확인을 요청했다. 직원은 노트북으로 무언갈 훑어보고 이게 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믿고 온 내가 등신이지.
집에 와 계약서를 살펴보니, 셔츠 4개, 바지 2개, 조끼 1개, 재킷 1개, 구두, 보타이, 넥타이, 양가 아버지 넥타이.
그러나 우리가 수령한 건? 셔츠 3개, 바지 1개, 조끼 1개, 재킷 1개, 구두, 보타이, 넥타이. 바지 1개와 셔츠 1개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더 충격적인 건 셔츠 3벌에 새겨진 이니셜이 모두 다 달랐다. 내 이름 1개, 오빠 이름 1개, 알 수 없는 이름 1개. 심지어 화이트 셔츠에 알 수 없는 이름을 새겨 놓았다. 그리고 나머지 바지 1개는 제작도 하지 않아 완성된 예복 바지를 들고 가서 치수를 재서 만들어 오겠단다.
화가 났지만, 플래너와 담당자에게 컴플레인 거는 걸로 끝냈다. 맞춤옷이니까, 실수할 수 있겠지. 일하면서 나 역시 실수하니까.
문제는 3월 15일 발생했다. 화이트 셔츠에 잘못 새겨진 이름은 여전히 잘못 새겨져 있었고 내 이름이 적혀있던 셔츠는 화이트 셔츠에 새겨진 알 수 없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누락된 셔츠 1개는 기존에 제공했던 셔츠와 똑같은 옷이 전달됐다. 무엇보다 가져갔던 예복 바지가 사라진 채 배송이 됐다.
이제 이 업체와 신뢰는 완벽히 무너졌다. 이런 곳에서 만든 옷이 어떻게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과연 이 원단이 우리가 선택한 영국 원단인지는 누가 알겠는가? 우리의 예복 바지는 어디서 어떻게 굴렀다니고 있을지 또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플래너를 통해 환불 의사를 전달했다. 우리 측 실수는 하나도 없다. 우린 소비자로서 의무를 다했고 뭐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 이런 업체의 옷을 입고 결혼식을 진행할 수가 없다. 그러니 환불될 수 있도록 해달라. 플래너는 알겠다 말했고, 다음날이 되자 대표와 전화통화해보라는 말을 전했다.
해당 업체의 대표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소매 이름은, 잘못인 건 인정하나 작업자의 나이가 많다. 이 부분을 이해했고, 첫 번째 실수에 눈감았다. 그런데 이 실수가 두 번째라면, 검수 시스템이 엉망진창이라는 건데, 이런 업체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
바지는 누락된 게 아니라, 완전 수제는 제작이 오래 걸린다. 이 부분은 전달하지 못한 거지 실수가 아니다. 3월 1일 우리가 수령한 건 완전 수제 예복 바지고, 뒤늦게 도착한 건 접착식 바지다. 그렇다는 건 수제 옷보다 반 수제 옷이 늦게 걸린다는 건지? 그냥 누락된 걸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계속되는 실랑이에 나는 왜 내 돈 이백만 원을 쓰고 이 스트레스와 이런 불쾌한 브랜드 경험을 사야 하는지 모르겠고, 이런 엉망진창인 옷을 입고 결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상대방은 옷이 잘못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환불은 불가하다고 했다. 그렇게 온종일 입씨름을 했고 플래너도 결국 옷이 잘못 나온 건 아니니 환불은 못 받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첫 시작이었다. 스드메 등, 결혼을 준비하는 첫 단계가 예복이었다. 그 옷이 엉망진창인데, 환불이 안된다는 헛소리에 옷은 제대로 만들었다는 헛소리에 울화통이 터지는 걸 경험했다. 내 돈 200만 원으로 산 최악의 경험.
결국 그들은 접착식을 수제로 업그레이드해주고, 일부 더 할인을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예복을 입는 당사자가 그렇게 하겠다 하니…
그냥, 문득 웨딩 산업의 모순을 경험하게 된 첫 시작이었다. 돈 받기 전에는 신부님~ 어머~ 네~ 돈 받은 후에는 다 당신 책임. 우린 잘못해도 잘했고, 잘했어도 잘했고. 막상 우리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위약금 얼마, 무슨 배상금 얼마, 온갖 걸로 돈 뜯어가는 곳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