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께 엄마 책을 자랑하는 아이의 바람
"엄마, 요즘 책 안 써?"
"응. 엄마 요즘은 너희랑 시간 더 많이 보내고 싶어서 안 써."
"나는 괜찮은데. 엄마 책 써."
"그래? 하하하하"
"그럼 방학 지나고 개학하면 우리 학교 간 시간에 써."
"그래."
"제목은 뭘로 할까?"
"그건 다 쓰고 나서 정하면 돼."
"엄마, 제목 이렇게 하는 거 어때? <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 2 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에서 마저 못한 이야기 모음집. 으음. 근데 제목이 너무 긴가? 그러면 이렇게 밑에다가 괄호 해가지고 쓰는 거야.
<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 2>
(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에서 마저 못한 이야기 모음집.)"
작년 1월, 기나 긴 방학 중에 나눈 대화였다. 출간 때마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한 권이 나오고 나면 다음 책은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가 또 할 수 있을까? '내가 쓸 수 있을까?'보다 큰 의문은 '또 팔 수 있을까?'다.
글은 쓰기만 해도 의미 있다. 하지만 책은 팔려야 의미 있다. 출판사에게도, 나에게도, 독자들에게도... 닿지 않은 책은 종이와 글씨에 불과하다.
저 대화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다음 책이 출간됐다. 정식 출간일 5월 1일. 출간된 지 한 달 하고 2주가 지나갔다. 아이가 원하는 <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 속편은 쓰지 못했다. 대신 이번에는 글쓰기 이야기를 썼다. 아이를 키우며 나를 키웠지만, 내 시작을 직접적으로 도운 활동은 글쓰기다.
나는 글쓰기가 세 가지 측면에서 시작을 돕는다고 생각한다.
1. 쓰는 사람 되기: 나와 같이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전공자도 아니고, 쓰기와 관련한 커리어가 전무한 나도 쓰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2. 나에 대해 깊이 알기: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를 때, 쓰는 일은 나를 알게 하는 강력한 도구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게 되면 시작도 할 수 있다.
3. 글을 통해 나를 알리기: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한 시대다. 공유가능한 글은 나를 알리는 좋은 판이 된다. 나뿐 아니라 내 비즈니스를 알릴 수도 있다.
"다음에는 글쓰기 책을 쓰고 싶어요." 다음 책은 뭘 쓸 거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같은 대답을 했고, "그럼 우리 출판사에서 함께 작업해 봐요." 하는 제안을 덥석 물었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정성스럽게 썼다. 심리적 부담감을 낮추고 쉽게 쓰기 시작할 수 있도록, 쓰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 스스로 동기부여 할 수 있도록, 쓰다 보면 마주치는 보편적 어려움을 공유해 그때마다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극복해 나가도록, 돕는 책을 쓰는 게 목표였고 최선을 다했다.
책이 나왔고, 그래, 이번에도 팔기는 어렵다. 그래도 후기가 좋다. 읽고 나니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어 졌다는 말이 뿌듯하게 다가온다. 북토크를 끝낼 때마다 시작하고 싶은 마음뿐 아니라 위로까지 얻었다 하니 이 역시 보람차다. 그래. 이래서 나는 또 세상에 도움 되는 이야기를 고민하겠지. 출간은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 또 다음 책을 쓰게 될 거야.
프롤로그에도 썼지만, 글쓰기 덕분에 나는 방구석 스몰 히어로가 된다. 글 아니면 어떻게 내가 멀고 먼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겠어?
덧. 그러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제 세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쓰기로 다시 시작>. 쓰기를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 새로 시작하고 싶은데 마음먹기 어려운 사람, 내 이름의 책 한 권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분명 좋은 선물이 될 겁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