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문제를 빠르게 풀어낸 친구도 대단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고민한 너도 멋져.
(아이에게 했던, 그리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5학년 2학기에 처음 간 수학학원. 이번이 네 번째 분기다. 가보니 우리 아이는 친구들 대비 시작이 늦었고,
자연스레 기본반으로 배치됐다. 그렇게 매 학기 레벨 업을 해 6월부터 또 새로운 레벨. 경시문제까지 풀어내는 반에 들어가 보니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모양이다.
"엄마, 여기서는 내가 하위권인 것 같아."
혹시라도 자신감을 잃을까 마음이 철렁했다.
"있잖아, 엄마는 어릴 때 새로운 환경에 갈 때마다 성적이 떨어졌어. 전학 가면 성적이 뚝, 중학교 가면 첫 시험에서 뚝. 고등학교 가면 또 첫 시험에서 뚝. 심지어 대학 학점도 첫 학기가 제일 나빠.
엄마는 적응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아. 대신에 새 환경에 적응하면서 계속 열심히 하면 다시 쑥쑥 올라갔어. 시험 문제도 덜 틀리고 등수도 올라가고. 너도 엄마처럼 적응이 필요한 시기인 거야. 원래 그 반에 있던 친구들은 익숙한 게 너는 낯설 수 있으니까."
내 이야기를 한참 했더니, 아이가 말했다.
"사실 막히는 문제가 많지는 않은데 내가 좀 느려."
"오, 그렇다면 그건 진짜 시간이 필요한 문제야. 속도는 연습할수록 빨라질 수 있거든. 중요한 건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면서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야. 빠르게 푸는 친구도 대단하지만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고 고민한 너도 멋진 거야."
아이에게 이런 응원을 전하다 보니,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민하며 나아가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