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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Feb 06. 2024

오늘을 남기다] 동상이몽

어제 오랜만에 동네 공원으로 산책 갔다.

입춘이어서였을까. 따뜻한 공기와 살랑이는 바람이 진짜 봄이 온 것 같았다.

공원에 나온 사람들도 입춘의 따뜻함에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사춘기 아들은 입을 쭉 내밀고 툴툴거렸다.

"아, 벌써 봄이 오면 어쩌자는 거야."

"왜? 봄이 싫어?"

"응, 봄에 꽃가루 날리잖아. 난 비염 때문에 코도, 눈도 힘들어. 그리고 봄이 온다는 건 곧 학교에 가야 한다는 얘기잖아. 으아~ 싫어."

아들은 고개까지 흔들며 진저리 쳤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봄이 오는 건 자연의 순리고, 꽃이 피는 것도 그렇고. 학교는... 가야지."

'난 그래서 봄이 좋은데.'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내렸다. 

기온도 떨어져 제법 추워졌다. 

아들을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정말 좋아했다.

"눈이 내리니까 너무 좋아. 입춘이라고 따뜻하길래 금방 봄이 올 줄 알았더니, 다행히 아직 아니었어. 다시 겨울이 돼서 좋아."

아들은 내리는 눈을 한참 바라보았다. 

"눈은 그만 왔으면 좋겠다. 길 미끄럽고 다시 추워지는 거 싫어."

나도 정신없이 쏟아지는 눈을 한참 바라보았다. 


어제오늘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아들과 나의 기분을 쥐락펴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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