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곱슬 머리 인생 언 40년.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매직 펌을 꾸준히 해왔다.
그래도 20대 때는
미용실에 가서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쫙쫙 펴서 찰랑거리게 만드는 일이 즐거웠다.
그때는 4~5시간씩 의자에 꼼짝 않고 앉아있어야 함에도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미용실 가는 일은 참 귀찮은 일이 되었다.
지루하게 앉아서 흘려보내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럼에도 6개월에 한 번씩은 머리를 만져야 한다.
안 그러면 뿌리부터 곱슬거리며 자유분방하게 나오는 머리카락들이
사람 몰골을 구질구질해 보이게 만든다.
어제도 그랬다.
요즘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 있어 힘을 쏟았더니
눈이 쏙 들어가고 얼굴이 핼쑥해지고
입꼬리 양옆으로 팔자 주름이 깊어진 것 같았다.
게다가 질끈 묶은 머리 위로 꼬불거리며 튀어나온 머리카락들이
참 구질구질해 보이게 만들었다.
눈에 힘을 주고
양 볼의 피부를 귀쪽으로 당겨 웃어보았다.
조금 괜찮아 보이긴 했는데
역시 머리가 문제였다.
그래서 오늘 큰맘 먹고 미용실에 갔다.
처음엔 싹둑 자르고 볼륨 매직을 해야지 하고 갔다.
가는 길에 찬바람이 불어 목이 휑하게 느껴졌다.
이왕 쫙쫙 펼 거니까 자르지 말까?
고민하며 미용실에 들어갔다.
담당 디자이너 쌤이 어찌하겠냐고 물었고,
난 어찌하면 좋겠냐고 되물었다.
디자이너 쌤이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애매한 길이 긴 한데, 날도 추워지니 길러보세요."라고 했다.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네,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그리고 시간은 단축해 주고, 효과가 더 좋은 약이 있으니 그걸 써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다.
또, 영양을 주면 새치 염색으로 상한 머리카락도 케어해 줄 수 있으니 그것도 하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네, 알겠습니다."
기본 플러스 1~2만 원 차이에 좋은 건 다 해준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했다.
시간을 살짝 단축되어 3시간 걸렸고 효과는 꽤 좋아 보였다.
얼굴에 촥 붙어 차르르 늘어져 윤이 반짝이는 게 영 어색했다.
머리도 한결 가벼워졌다.
역시 볼매, 돈이 좋구나!
분명 6개월 후면 3시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거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머리에 덜 신경을 쓰게 될 테니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