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출근하고
사무실에서 도시락 먹고
차 타고 퇴근한다.
혼자 출근하는 날이면 밖에 나갈 일이 없다.
그러니 밖에 날씨를 제대로 알게 되는 건
집에 와서 저녁 설거지하고 밤 산책을 나갈 때이다.
멋모르고 후드티에 조끼 하나 걸치고 나갔다가
몸을 움츠려 펴질 못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뛰기 시작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추워졌을 줄이야.
이미 앙상해진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마른 나뭇잎들은
차가워진 바람에 몸을 부대끼며 바스락거린다.
모든 걸 내려놓고 보드 블록 위에 누워버린 낙엽들은
차가워진 딱딱한 바닥을 나뒹굴며 서걱댄다.
제법 추워진 소리다.
지나가는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의 중간쯤 되려나?
아니, 겨울에 더 가까이 왔으려나?
전기장판도 켜고, 수면양말도 신고 몸을 따듯하게 달궈야지.
따뜻한 차 한 모금으로 마음도 여유롭게 달궈야지.
깊어가는 가을을 너그러이 누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