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그린 Aug 31. 2024

힘든 8월 안부

감기와 염증 타령으로 한 달이 간다


 기침과 콧물이 떨어지지 않으면 노래를 흥얼거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컥컥 기침이 나올 때는 슬프기까지 했다. 증상에 맞춰서 기침 가래 약 먹다가 좀 낫다고 쉬다가 또 다른 이비인후과에 가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는 깨달음(변명하자면 다니던 병원이 여름휴가라 어쩔 수 없었지만)을 얻었고, 구역질을 많이 하면 기침이 더욱 오래 가지만 구역질은 기침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이라 먹는 양을 줄이는 게 낫다는 것도 배웠다. 그러나 소화 잘 되는 음식을 먹는다고 콧물과 가래가 사라지는 건 또 아니라서 느글대는 속을 달래느라 짬뽕이나 어탕국수를 또 먹고 후회하기를 반복했다.


 수액을 맞아도 나아지지 않고, 출산 직후 시기처럼 걸으면 다리가 후들거리던 날들을 지나 이제 걸을 힘 정도는 돌아왔다. 축농증을 확인하는 엑스레이 찍는 순간이 바보 같아서 웃겼다. 입을 아 벌리고 천장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턱은 화면에 꼭 대고 있어야 하는 모습이 우스웠지만, 웃으면 또 기침이 터질 것 같았다. 축농증 약은 쓰고 독하고 양도 많아서 먹은 후에는 몇 시간 동안이나 입이 썼다. 어릴 때 할머니가 약 먹은 후에 종일 박하사탕 물고 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니잘스프레이는 효과가 좋았는데, 코 깊이 뿌리고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문제. 큽큽 들이키고 나면 콧물이 나오는데, 어쩐지 약이 다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서 코 풀면서도 잘못하는 거 아닌가 싶은 고민이 들기도.


 매일의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잠을 잤지만 수면의 질은 낮았다. 자다 깨서 코를 풀고 기침을 하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체력이 떨어지면서 꿈이 길어졌다. 눈을 감으면 도마뱀이 기어가는 듯한  검은 모래의 환상이 끝없이 이어졌다. 모래구덩이로 빠져드는 시선을 까만색으로 끌어오려고 애쓰면서 오래오래 눈을 감고 있었다.


 며칠 전에서야 몸이 좀 나아져서 오래 먹은 약을 끊고 모처럼 맥주도 한 캔 마셨다. 플라잉 수업도 열심히 듣고 모임에도 나가고 외식도 했다. 이제 정말로 나아졌다고 믿었는데 어젯밤부터 목구멍이 아프기 시작했다. 떨어질 듯 말듯하던 콧물도 여전하고 기침하면 가래도 끓었다. 8월 마지막날인 오늘 토요일, 콧물이 좀 나는 여름이와 함께 소아과에 갔다. 간 김에 나도 진료를 받았다. 부비동염에 이어, 중이염도 생겼단다. 귀가 먹먹하지 않았냐는 의사의 질문에 코가 막혀 그런 줄만 알았다고 했다. 어쩐지 요즘 모든 소리가 아련히 멀게 들리더라니.


 축농증 약을 좀 더 먹었어야 했다는 의사의 말에 잠깐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약 먹으면 되지. 친절한 동네 카페에 앉아 약을 먹고 쉬었다. 여름이는 약국에서 산 마이멜로디 브런치 세트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았다. 둘이서 와플을 냠냠 나눠 먹으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뙤약볕을 걸어 집에 돌아왔다.


 나아지겠지. 슬슬 불기 시작하는 다음 계절 바람처럼 체력도 회복되겠지. 약을 먹고 다 나으면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고 달려야지. 이번 여름은 유난히 힘들었다.라고 쓴 채로 넘어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패딩이 갖고 싶진 않았던 겨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