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짹짹이 실패가 가르쳐 준 것
MKYU에서 주관하는 2주간의 새벽기상 챌린지, 모닝짹짹이가 마치 국민 운동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몇 년 전부터 미라클 모닝이 유행이긴 했지만, 회원수가 6만명에 달하는 MKYU에서 김미경님이 직접 찰진 말로 독려하고 인증, 오픈카톡 등 철저한 시스템으로 관리하니 무슨 대국민 프로젝트처럼 느껴진다. 2년도 아니고 2달도 아니고 2주라니, 왠지 해볼만 하다. 이름만도 거창하고 묵직한 '새벽 기상' 대신, 심지어 이름도 귀여운 '모닝 짹짹이'다. 새벽기상조차 브랜딩 해버리는 김미경님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MKYU 갓 입학한 학생 입장에서 왠지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이미 1년 가까이 새벽기상을 하고 있고, 꼭 5시가 아니더라도 7시간 취침을 기준으로 나름의 루틴을 유지하고 있기에 더 이상 이를 위한 독려와 자극은 필요없지만, 그래도 이걸 안 하면 왠지 MKYU 학생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MKYU에서 그렇게 만들었다. 나를 비롯한 최근 새로 등록한 사람들의 온라인 입학식조차 '모닝 짹짹이' 대상으로만 진행을 해버렸으니까. (그건 좀 서운!)
고민하다 얼떨결에 2월 모닝짹짹이를 신청하고 오픈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900명의 사람들이 2월 1일 시작 전부터 서로 응원하고 묻고 가르쳐주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심지어 SNS 계정을 공유하며 서로 팔로우를 해주기도 했다. 단톡방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열정적인 에너지를 동력삼아 매일 아침 새로운 활력을 찾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침 2월 1일은 설이었고, 나는 그 전날 하루종일 부산을 떨며 시댁, 친정에 가져갈 전을 잔뜩 부쳤다. 내일부터 뭔가 다시 본격적으로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며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이런, 하루종일 전 몇 개 집어먹은 게 다인데 새벽 내내 속이 뒤틀렸다. 메슥메슥 토할 것 같은 배를 부여잡고 밤새 끙끙 앓았다. 새벽 기상은 커녕, 준비하고 나가야 하는 시간까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몸살이 났는지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휘청거리는 몸으로 시댁, 친정을 전전하며 힘겹게 설을 보냈다. 그 전날 둘째 아이부터 시작된 장염은 그렇게 3일 동안 나와 남편까지 속을 훑으며 괴롭힌 뒤에야 조금 잠잠해졌다. 2월 1일, 아마도 4시 50분부터 김미경 학장님의 유튜브 방송을 보며 활기차게 시작했을 모닝짹짹이와는 그렇게 시작부터 결별하고 말았다. 하필 갑자기 그날 새벽에 장염이 올게 뭐람.
모든 일은 이유가 있다. 항상 그렇듯, 몸에 탈이나는 건 뭔가 삶이 아프다는 신호다. 너무 무리한 계획을 세웠거나, 감당하지 못할 일을 벌렸거나, 소소한 일상조차 버거울 만큼 심신이 약해졌거나. 이번에도 역시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꾸만 뭔가를 더하는 내게, 몸이 'stop' 신호를 보낸 게 분명했다. 새벽에 깨우는 삶이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도, 나를 위한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도, 단 2주의 작은 습관이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도 다 이미 알고 있고 실천하고 있는데 왜 굳이, 나는 스스로를 2주간의 '모닝짹짹이' 열풍에 밀어 넣었는가. 주변 이들의 움직임에 예민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민감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걸 그렇게 그렇게 되뇌이면서도 아직도 난 멀었는가보다.
며칠, 아프다고 퍼져누워 내 아침 시간을 돌아봤다. 5시에 눈을 뜨면 출근 준비하기 전 한시간 반 동안, 나는 너무 할 게 많다. 감사 기도, 따뜻한 물 한잔, 스트레칭과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겸비한 홈트 루틴, 다이어리에 긍정 확언과 하루 일과 적기, 회사 가서 먹을 사과와 모닝 쉐이크 준비, 그리고 짬 나면 글도 쓰고 책도 보고 싶다. 이 모든 걸 한 시간 반 안에? 당연히 못한다. 그래서 맨날 허둥지둥, 왠지 뭔가 빠뜨린 것 같은 찜찜함을 안고 출근을 한다. 심지어 30분이라도 늦게 일어나면 망한다. 아이가 일찍 깨버리는 날엔 끝이다.
이거였다. 내가 새벽기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모닝짹짹이를 기웃거린 이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늘 다 못하니까. 그래서 늘 부족함을 느낀 채 하루를 시작했으니까. 감사와 기대로 충만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건데, 오히려 너무 할 게 많은데 다 못해서 아쉬움이 가득한 채로 아이에게 빨리 가자고 소리지르며 출근을 했던 내 아침들이 영화처럼 스쳐갔다.
모닝짹짹이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사명서를 작성한다. 나 '누구'는 14일간 매일 새벽 5시에 '무엇'을 하겠노라고. 딱 한 단어를 쓸 만큼의 공간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나, 새벽에 일어나 만나고 싶은 딱 하나의 내 모습을 정하는 것이다. 모닝짹짹이의 어원(?)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짹짹이가 할 수 있는 것도 하나 뿐일 것 같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새가 벌레도 잡고 집도 치우고 일출도 보며 알을 품는 건 불가능할테니까. 그 하나를 정하는 게 나는 어려웠던 거다. 한참을 고민하다 사명서에 '글쓰기'라고 썼었다. 14일동안만큼은 그 새벽에 딴 거 안하고 글만 쓰기로. 장염으로 잠시 잊었지만 지난 주 내 결심은 그거였다. 욕심내지 말고 글쓰기만 생각할 것. 매일 30분이라도 끄적끄적 쓸 것, 글을 썼다면 다른 걸 못했어도 만족할 것.
내게 모닝짹짹이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새벽 5시'의 의미보단, '충분히 만족스러운 새벽시간'이다. 아이들도, 남편도, 직장도 생각할 필요없이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며 충분히 만끽하는 시간, 그 시간을 통해 하루치의 에너지를 풀로 충전하는 시간, 이것 저것 많이 해서 뿌듯한 시간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최대한 몰입하는 시간이다. 앞으로 2주 동안 그 한가지는 글쓰기다. 그 다음 2주의 한 가지씩 또 정하면 된다. 2주를 한 텀으로 하는 건 참 새롭다.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짧아 아무것도 못하지도 않는 시간이다. 다시 한 번 MKYU의 고민과 혜안에 감사를 보낸다.
왠지 내일 아침부터는 좀 더 가볍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