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va Mar 08. 2022

Life is Zazz-ing

재즈바에서 찾은 삶의 모양

Life is zazz-ing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재즈 합주에서는 정해진 악보 없이, 베이스, 피아노, 가끔은 브라스가 함께 동일한 코드를 잡은 뒤 코드에 맞게 멜로디를 이어 나간다. 이 모습은 우리 삶과 참 닮았다. 지향하는 삶의 방향에 따라 새로운 사건과 인연, 모든 작은 결정들이 어우러져 끝내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보다 삶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화려한 브라스만 노래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상대적으로 은은한 소리의 신시사이저도, 심지어는 혼자서 멜로디를 만들 수 있는지 의심이 드는 드럼도 기회만 잡는다면 얼마든 노래의 주도권을 잡고 멋진 독주를 할 수 있다. 내 삶을 지탱하는 것은 취업, 결혼과 같이 굵직한 삶의 이벤트만이 아니다. 살아 있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현재는 그 쓸모를 알 수는 없더라도 멋진 하모니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파리 여행 중 다녀온 한 재즈바

재즈 공연을 한참 감상하며 든 생각은, 반대로 신시사이저나 드럼 소리 등, 어느 한 세션이 빠져야 할 때도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재즈 연주자가 아니라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몇 개의 곡을 연달아 들어 본 바로는 단조로운 멜로디에 변주를 주기 위해서, 혹은 다른 세션의 독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삶은 즉흥적인 재즈 합주와 같은 것이라는 명목으로 나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크게 들여다보고 각각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 애써 왔다. 목표가 잘 풀리면 되면 잘 풀리는 대로, 내 인간관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 떠나면 떠나는 대로- 나의 삶은 어찌 되었던 멋진 합주가 되리라 생각해 왔던 것이다.


재즈는 이처럼 아무런 근거도, 확신도 없었던 나의 낙관에 설득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의 낙관의 기저에는 내 삶이 멜로디라면 각 세션 간 항상 밸런스가 존재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던 것이다. 계획했던 첫 교환학생이 실패로 돌아가고, 오랜 시간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상처를 주고 떠나도, 이는 잠깐 멜로디에 변주를 주며 내 삶의 다른 가능성이 더 돋보이기 위한 장치일 뿐인 것이다. 삶의 멜로디는 어떤 모양으로든 조화를 이루며 성공적인 엔딩을 맞는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삶은 초콜릿으로 가득 찬 상자라고 했던가, 항상 순탄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다른 맛의 초콜릿을 맛보기를 거부하고 한 가지 초콜릿만을 평생 음미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재즈도 이와 같다. 모든 세션 간 완벽한 밸런스를 고집한다면 우리는 쉽게 질릴 것이고, 합주를 완벽히 마치더라도 이를 ‘멋진 합주’라고는 부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멋진 삶의 합주를 위해 내 삶의 모든 요소를 사랑하고, 이 요소들이 이룰 밸런스를 믿어 보기로 했다. 앞으로 실패와 리스크를 마주하더라도, 이건 더 멋지고 다이내믹한 합주를 위해 꼭 필요한 변주였지, 하고 내게 되뇌며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