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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현 Sep 25. 2020

'인간수업'에서 한국 드라마의 미래를 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

나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국 배경에 한국 사람들이 나와서 더 몰입하기 쉽다는 점, 외국 드라마보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외국의 다른 시즌제 드라마와는 달리 16화 내외로 완결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들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TVN, JTBC 등 공중파 채널에서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진부한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스토브리그는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나친 PPL과 중간광고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요즘 재미있는 드라마가 없네'라며 한탄하는 와중에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인 인간수업이라는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나는 이 드라마에서 한국 드라마의 희망을 보게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 일까?


인간수업의 주내용은 고등학생이 미성년자 성매매 포주를 하며 겪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소재이다. 만약 이런 소재의 드라마가 TV로 방영되었다면 언론과 불편러들의 공격에 버티지 못했을 거라 단언할 수 있다. 평범한 드라마였지만 억울하게 수많은 질타와 방영금지 청원을 받았던 편의점 샛별이의 사례가 이를 증명해준다. 하물며 미성년자 성매매 포주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얼마나 논란이 될지 상상도 안된다. 하지만 인간수업은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라 TV에 방영되지 않는다는 점, 100프로 사전제작으로 1화씩 공개하지 않고 한 시즌을 통째로 공개하는 방법으로 이런 논란이 나올 여지를 사전에 차단했다. 불편러들이 불편해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는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했으나 그 변화는 미미했다.  방송사와 TV라는 토양에서 나오는 싹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선풍적인 인기를 타고 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다. 인간수업은 한국 드라마 변화의 첫 번째 새싹이다.  공중파, 지상파에선 절대 시도할 수 없는 파격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작품성까지 어느 정도 잡아 유명세를 얻은 첫 예시가 되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상징성이 크다. 일반적인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소재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드라마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작가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주호민 작가

최근 웹툰 작가인 주호민 작가의 시민독재 발언이 논란이 됐었다. 이전에는 국가가 검열을 했다면, 지금은 시민, 독자들이 직접 검열을 한다.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미개하다고 비난하며 계몽시키려 한다. 창작자는 작품을 그릴 때 그들의 검열 때문에 '이거 해도 되나?', '그려도 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되며 이런 현실이 정상이 아니라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다. 나는 이 발언에 매우 동의한다. 그리고 이 시민독재는 웹툰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문화 산업 내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이미 유튜브에 있는 여자 아이돌 무대 영상에는 짧은 의상을 지적하는 댓글이 수없이 달리고 있다. 웹툰에서는 조금만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장면으로 보일 우려가 있으면 컷의 일부를 삭제하는 검열을 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 샛별이>와 이전에 <나의 아저씨> 같은 드라마들이 얼마나 공격을 받았고, 해명을 위해 노력했던가. 


조금만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시민들은 그런 작품을 작품으로만 바라보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인간수업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의 첫 신호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인간수업이 흥행하고 시간이 좀 지난 지금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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