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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L Jul 27. 2022

예비 출판인을 위한 좋은 출판사 고르는 방법

출판사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지망생을 위한 팁

제가 관련 자료를 접한 게 2020년이니 벌써 몇 년 전 일이네요. 충격적인 구글 시트가 하나 떠돌았죠. 바로 익명의 편집자가 만든 '출판계 연봉 공개'라는 설문지인데요. 출판사 종사자들이 참여해 자신의 연봉 실수령액과 연차를 공개했는데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여타 업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아닌데, 업계 종사자들이 밝힌 연봉은 굉장히 궁핍했죠. 사실 소문이 자자하죠. 출판계가 박봉이라는 것은요. (궁금하시다면 '출판계 연봉 공개'를 검색해보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인을 꿈꾸신다면, 적은 연봉을 감수하고 일할 만큼 책 만드는 일에 사명감을 느끼신다면, 지원한 출판사가 좋은 출판사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드리려 합니다. 출판사는 영세하고 작은 소기업이 많은 업종입니다. 물론 규모가 작다고 다 나쁜 기업인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근로자 입장에서는 확률상 '지뢰'가 참 많죠. 참고로 업계에 빠삭한 재직자라면 도움이 안 될 거예요. 신입에게만 도움이 될 만한 팁이니 감안하고 봐주세요.







1.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길다.

기본 중의 기본이죠. 구인공고가 잦은 곳인지 꼭 확인합시다. 구인을 자주한다는 건 절대 좋은 시그널이 아니에요. 근속연수가 길다면 '다닐 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꼭 확인해야 합니다. 더불어 기혼자가 많거나, 직원들의 평균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좋은 출판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소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로 월급을 받는다는 뜻이니까요. 추가로 신입사원의 비율도 꼼꼼히 확인해보세요. 신입사원의 비중이 과하게 높은 곳은 그만큼 사람을 '갈아넣는' 곳일지 몰라요.



2. 사무실이 사무실답다.

간혹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사무실을 가진 곳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사무용품, 탕비실 용품, 어느 정도 성능이 보장된 컴퓨터, 프린트기 등을 확인해보세요. 면접 가서 그냥 쓱 훑어 보면 감이 올 겁니다. 사무실이 비루한데 직원 복지가 좋을 수 있을까요? (사무용품에 돈을 아끼는데 연봉은 엄청 많이 주는! 그런 이상한 곳도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3. 신간의 빈도

신간이 얼마나 나오는지 유심히 보셔야 해요. 물론 책 한 권 한 권에 사활을 걸고 장인정신을 쏟는 좋은 출판사일 가능성도 있긴 있어요. 하지만 보통 신간이 부족한 곳은 인력상 여력이 없거나, 원고가 없어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출판사도 결국 회사잖아요? 신간이 주기적으로 나와서 매출이 매년 성장하는 곳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4.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 '살아 있는' 책의 유무

사실 3번과 비슷한 맥락이긴 합니다. 신간은 공장처럼 찍어내는데 판매지수는 바닥을 긴다면? 물론 책이라는 게 잘되고 안 되고는 운도 따라야 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수많은 구간 중에 판매지수가 '살아 있는' 책이 단 한 권도 없다면...



5. 최소한의 부서 구분

출판사가 갖춰야 할 부서는 최소 두 가지입니다. 바로 편집부와 영업부인데요. 여기에 플러스알파로 자체적인 디자인팀이 있다거나(이건 디자인을 외주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뜻), 제작, 저작권, 기획, 홍보, 총무와 관련된 부서가 '따로' 있다면 좋은 출판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무실에 갔는데 자리 구분도 안 되어 있고 당연히 있어야 할 부서 구분이 없다? 편집자로 입사했는데 SNS 관리를 해야 한다거나^^;  일의 구분 없이 잡무까지 떠맡는 대참사가 벌어질지 모릅니다. '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겠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부서 구분 없는 곳이 과연 인수인계가 제대로 될까요? 실제로 주변에 편집자로 입사했다가 인력이 부족하단 이유로 갑자기 영업자로 전직된(?)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어요.



6. 면접 시간이 늦은 오후다.

오후 5시 이후... 심지어 저녁에 면접을 보는 곳도 있는데요. 이 경우 야근이 당연한 '만성 야근' 출판사일 확률이 높으니 도망치세요. 뭐, 일의 특성상 야근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늦은 오후에 면접을 보겠다는 건 (면접이 1~2분 걸리는 일도 아니고) 면접을 보는 실무자나 대표가 저녁에 회사에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에요. 면접을 보러 갔는데 직원들이 다 퇴근해서 자리가 비어 있을 수도 있지만... 직원이 한 명도 없는 텅 빈 사무실에 입사지원자만 덜렁 부르는 것도 정상은 아니지 않나요?




앞서 얘기한 엑셀 시트 얘기를 잠깐 다시 하자면, 엑셀 시트에는 종사자들의 다양한 코멘트가 함께 달려 있습니다. "출판계 에휴..." "탈출각 재는 중" "연차 올라갈수록 미래가 없음" "이러니 망해가는 것" 등등 절규 아닌 절규로 아비규환이죠. 오늘도 수많은 출판인들이 참혹한 여건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네요. 언젠간 볕들 날이 오지 않겠어요? 다들 힘내자고요 ㅠㅠ




블로그: https://blog.naver.com/jubilant8627/22283174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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