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서 국제 뉴스를 다뤄온 두 저자가 전쟁과 분쟁으로 얼룩진 21세기의 단층들을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대립,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등 전쟁과 분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한 전쟁의 배경과 양상을 깔끔하게 잘 정리한 책이다. '전쟁사'라고 해서 굉장히 두껍고 어려운 용어와 해설이 많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인답게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냈다. 국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 기자답게 그 진행 과정과 파장을 담백하게 소개한다.
다만 우크라니아,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최근의 전쟁과 분쟁을 다루다 보니 시의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아쉬움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첨예하게 공방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이 책이 잘못되었다기보단 책이 갖고 있는 한계라고 본다. 예를 들어 이 책의 발행일은 12월 20일인데, 러시아는 12월 29일 수도 키이우·드니프로·르비우·하르키우·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전국 각지에 총 122기의 미사일과 무인기 36대를 발사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개전 이래 가장 대규모의 공습이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이 책은 실황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 전쟁 범죄, 난민 문제 등에 대한 저자들의 고견에 초점을 두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병력을 대거 배치한 뒤 2021년 말 미국에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을 것임을 문서 형태로 확약하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나 나토가 결정하고 약속할 사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약속이나 서방의 입장이 아니라,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이 더 나은 삶의 기회와 안전을 위해 나토와 유럽연합 가입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토에 들어가든 유럽연합에 들어가든, 결정은 우크라이나인들이 하는 것이며 러시아가 이를 이유로 침공을 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_27~28쪽
난민 문제를 다룬 부분에서는, 솔직히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있었지만 전쟁 범죄를 왜 처벌해야 하는지, 전쟁 범죄에 대한 인식과 단죄는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대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정의감과 연민, 인류애를 저버리고 국익에 치중된 정치인과 대중의 사고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못해 몇몇 구절은 교과서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도 곡물 가격과 유가 문제 외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관심 밖인 상황이 아닌가? 하물며 바로 어제, 또다시 북한이 포격도발을 감행했다. 전쟁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 더 이상 선을 넘지 말고, 부디 지금이라도 인권과 인류애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