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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chstellar Sep 15. 2020

[마케팅 re:cord] _ 현대해상

끝까지 보게 만드는 보험광고

N씨는 올해 걱정이 많다. 보험나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보험을 하나 더 들어야 하나 고민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당장 떠오르는 곳은 샘성, 동북... 또 뭐가 있더라. 그러던 중 현대해상을 보게 된다. 뭐야, 해상보험이잖아. 스킵 하려던 N씨는 순간 스친 인영에 다시 시선을 돌린다. 박문치잖아? 신곡 뮤비인가? 호기심을 가지고 클릭한 N씨는 이후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ㅎㄷㅎㅅ 그 회사가 아냐.


SEE

현대해상이 퀴즈쇼를 차용한 새로운 광고를 냈다. 이번 싹쓰리 앨범 편곡에 참여한 복고풍 가수 박문치(박문치 유니버스)가 진행자로 나온다. 시작부터 옛날 노래방 화면처럼 시작하여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마치 박문치의 뮤비 같기도 하다. 현대해상의 브랜드 컬러인 주황색을 기반으로, 복고풍 색채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세트장, 복고풍 의상을 입은 엑스트라들이 박자에 맞춰 몸을 부딪치거나 박수를 친다. 노래 박자에 딱딱 맞춰 편집된 영상에 시청각적으로 흥미가 돋는다. 이 엑스트라들은 이 세상을 사는 인류를 나타내듯 연령과 성별, 국적과 옷차림이 각양각색이다.


뮤비처럼 시작하여 뮤비처럼 박문치 유니버스가 노래를 부른다. 문제 제기에 앞서 상황을 설명하듯 눈깔사탕, 할머니 뼈 해장국 등의 예시를 가사와 재치있는 영상으로 풀어낸다.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이름은 그러하지만 실제 상품은 그렇지 않은 것들이다. 헷갈려 억울한 이름들. 폭탄세일이 폭탄을 세일하는 게 아니고 달팽이관이 달팽이의 관짝이 아닌 것처럼. 이와 같은 맥락으로 현대해상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듯 현대해상 출근룩이라고 구명조끼 입은 정장맨이 나오고, 배가 통근 수단이라고 키미테(멀미약)를 붙인 사원이 나온다.


이때 박문치가 현대해상이 무엇하는 회사인지 퀴즈를 낸다. 시청자가 기존 가지고 있는 이미지대로 선박 운용하는 회사 아니야? 선박보험 있는 회사 아니야? 라고 생각할 때, 용궁, 인어공주, 수상가옥, 보험이 보기로 나온다. 그리고 후반부에 퀴즈쇼 참여자인 박문치 유니버스 멤버가 보기 좋게 오답으로 인어공주를 선택한다. 그렇게 음악이 멈추고 박문치에게 포커스가 잡히자, 박문치가 자막과 함께 호탕하게 외친다. 틀렸어! 현대해상은 보험회사라고!!


이 광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뉴트로 스타일을 고수하며 한편의 뮤비 영상처럼 끝난다. 현대해상은 (해운선박회사가 아니라) 보험회사라는 외침과 함께.


FIND

보험사 광고는 억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인간의 가장 필수적인 것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팔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일상 속 스토리나 특출나게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고서야 이제는 보험사 광고를 볼 바에야 차라리 바닥 장판 무늬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TV는 어쩔 수 없이 본다손 쳐도 유튜브 같은 채널에서는 바로 광고 스킵을 누르게 된다. 5초 안에 광고가 재미없으면 그 광고는 5초동안만 노출되고 잊혀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현대해상 광고 <오해오해 oh!>는 성공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복고풍 가수로 유명하고 싹쓰리 앨범 편곡 디렉팅을 맡아 더더욱 유명해진 박문치를 내세워 주목을 끌었고, 퀴즈쇼라는 배경 하에 노래와 가사로 자사가 가진 보편적인 이미지를 바로잡았다. 현대해상이라고 하면 '해상'이라는 단어 때문에 해상위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보상을 다루는 회사로 느껴진다. 자사가 가진 브랜드명이 선박이나 화물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그 상품 대상을 인간에 맞춰 시선을 바로잡게 했다.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재미있고도 팩트를 가리키는 가사에 누구든 한번쯤 이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본래 가지고 있던 현대해상의 이미지가 달라질 것이다.


사보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시작할 연령층은 부모세대에서 밀레니얼로 내려왔다. 그에 발맞춰 보험사의 고루한 이미지를 혁신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험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현대해상이 사실 보유한 선박이 없고 해운회사가 아니라 삼성생명 같은 보험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광고가 인상적이었던 만큼 보험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현대해상을 떠올릴 것이다. 마치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최신 버전의 파일처럼 말이다. 어쩌면 가장 밀레니얼을 잘 짚고 이해하는 보험사라는 심리적 친숙함을 줄 수도 있다. 이는 실제로 상품 판매로도 이어질 확률이 크다.


'널 위한 보험회사' 라는 가사에서 현대해상이 작년에도 광고에서 내걸었던 '당신이 주인공' 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년에 송출되었던 <추격>,<안녕,지민> 편을 보면 중후반까지 스토리를 이끌던 주인공들에서 후반부에 갑작스레 예상치 못한 어이없는 일로 사건을 당하는 엑스트라로 포커스가 옮겨간다. 모두가 주인공을 볼 때, 우리는 당신을 봅니다. 당신이 주인공. 널 위한 보험회사 현대해상. 각기 다른 광고들의 캐치프레이즈가 하나의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문장이 된다. 물론 굳이 작년 광고까지 떠올려가며 문구를 엮어서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없겠지만 현대해상이 말하고자 하는 맥락은 영상 스타일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톡톡 튀는 이 광고들을 접한 이들은 현대해상의 광고가 예상대로 흐르지 않는 스토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나 뮤비처럼 시작해서 다소 황당한 전개가 포함된 스토리 역시 트렌드인 B급감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청자가 고루했던 보험광고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인이 되고,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된다.


APPLY

뉴트로의 인간화라고 할 수 있는 박문치를 섭외하여 요즘세대의 눈길을 끌고, 박문치 음악이 가진 정체성을 광고에 녹임과 동시에 현대해상의 이미지를 한층 영(young)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유튜브 영상에서 5초 내로 스킵하지 않을 흥미로운 요소를 초반에 마련하여 끝까지 광고를 볼 수 있게 유도한 점도 배울 점이다. 뮤비인 줄 알고 봤다는 댓글이 있을 정도로 보험사 광고에 거부감이 일지 않도록 접근한 것을 가져오고 싶다. 사람들이 찾아보게 만드는 광고, 광고가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된 점이 대단하다. 그것도 보험사 광고를.


또, 현대해상이 당신이 아는 그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어 효과적으로 설명했다는 점도 데려오고 싶다. 한때 온라인에 한창 돌아다녔던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짤처럼 MZ세대가 주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예시를 잘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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