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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기드문소년 Aug 19. 2015

아마존은 아직 눈물을 흘린다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


- 본문 중에서




아마존 유역을 거슬러 올라간 밀림 깊숙한 곳, 그 곳에 엘 이딜리오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1년에 두 번씩 통통배가 들러 치과의사가 왕진하는 엄청 외진 시골이죠.

그 마을에는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야노라는 이름을 가진 노인이 조그마한 오두막을 짓고 살고 있었어요. 노인은 배가 고프면 집 옆에 있는 강에 가서 새우를 잡아먹고, 잠이 오면 그물침대에서 잠을 자고, 남는 시간엔 멍하니 시간을 때우거나 그가 가장 아끼는 연애소설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카 에 시체 한 구가 실려옵니다. 시체는 푸른 눈의 백인이었고, 가방에는 5개의 새끼 살쾡이 가죽이 들어있었습니다.

자신의 새 모조리 죽여버린 인간에게 암컷 살쾡이가 무참하게 복수한 것이죠.

그리고 그 살쾡이는 피에 굶주려 인간들을 사냥하기 시작합니다.

노인은 살쾡이 사냥을 위해, 자연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숲으로 향합니다.


아마존의 살쾡이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인디오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인디오와 함께 반평생을 살아왔습니다. 한 순간의 실책으로 인해 그들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기 전까지는요.

그는 수아르 족에게서 들소, 들쥐, 카르핀초, 몸집이 작은 멧돼지, 원숭이, 새, 파충류 등을 잡는 법을 배웠습니다. 배가 고프면 가장 맛있는 과일들을 골라 먹었습니다. 밀림의 밤을 느끼고 싶으면 카누 위에 몸을 눕혔고, 친구가 그리울 때면 수아르 족을 찾았습니다. 타고난 인디오 전사였던 누시뇨는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와 친구가 되어 함께 밀림을 누볐죠.

그리고 노인이 되어 '문명'으로 돌아온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쉽게 이해  고, 멍청하게만 보이는 <양키>들   살아가는 법을  .



이 책은 <양키>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들이 얼마나 어리석지, 어떻게 밀림과 인디오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구문명의 잔인함을 더욱 효과적으로 비판하고 있어요.

그들은 밀림 속에서 금광을 개발하고, 대규모 농지를 경작하고, 천연고무를 채취하며, 전력회사를 세웁니다. 그 때문에 조그만 땅 한 뙈기를 얻고자 무차별적으로 벌목을 해대고, 강을 오염시키고, 짐승들을 총으로 쏴죽이죠. 문명의 이기 앞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수아르 족 인디오들과 동물들은 새로운 거처를 찾아 밀림 깊숙한 곳으로 숨어가지만, 불행히도 <양키>들의 발걸음은 한 발짝씩 더 빠릅니다.


트로피 사냥에 희생되어 목이 잘린 사자 세실


수아르 족의 곁을 떠나 '문명'으로 돌아온 노인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었던 것은 오직 책뿐이었습니다.

모험, 과학, 기술, 덕망     었지, 그 중에서도 노   은 연애소설이었습니다.

그는 왜 그토록 연애소설에 끌렸던 것일까요?

그것은 가치관이 흔들리고 물질 만능으로 흐르는 오염된 문명사회 속에서 오직 사랑만이 그나마 자연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던게 아닐까요. 사랑이야말로 오늘날까지 전해져오는 책 속의 가치 중에서 가장 자연의 모습과 닮아있던 것입니다.



2010년 MBC에서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5부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기억하시나요?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었죠.

이 다큐멘터리에는 아마존의 여러 부족들이 등장합니다.


마티스 부족은 1980년대 서구문명과 접촉을 시작한 이후 부족의 1/3이 질병으로 죽었고, 살아남은 이들도 간염 등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자미나와 부족은 도시문명의 병폐에 찌들어 버렸습니다. 도시로 이주해 먹을 것을 구걸하기도 하고, 극심한 인종차별을 참지 못해 백인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행동도 보입니다.
아쿤슈 부족은 아예 목장을 짓기 위한 땅을 차지하기 위해 백인들에게 집단학살을 당했습니다. 한때 번영했던 부족은 이제 다섯 명 밖에 남지 않았고, 이들은 마지막 아쿤슈입니다

이 외 다른 부족들도 백인들의 천연자원 개발에 동원되어 노예처럼 부려지기도 했고, 식수가 오염되어 먹을 것이 사라지고 부족민들도 병 들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은 여전히 숨죽여 울고 있습니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中



「더럽군, 이런 식으로 떠나야 하다니…….」
누시뇨는 고통을 참아 가며 눈빛으로 화살집에 든 독화살을 가리켰다.
「나는 차분하게 떠나지 못하고 숲에 부딪히고 만 거야. 눈이 먼 슬픈 새처럼 말이지…… 그러니 자네가 도와주게나, 친구…….」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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